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발암물질 내뿜는 공장에 손 놓은 당국…왜?

<앵커>

한 해 배출한 발암물질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1600톤을 충북 청원의 공장 한 곳이 뿜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후진국도 아니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희한한 건 누구도 여기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범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북 청원군의 한 공장.

전기차 배터리 용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미국 회사의 한국 공장입니다.

이 회사가 쓰는 주 원료 중에 '디클로로메탄'이란 물질이 있습니다.

신경계를 녹여서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2급 발암물질입니다.

일본에서도 최근 인쇄소 직원 17명이 쓸개암에 걸려 사회문제가 됐는데, 바로 이 디클로로메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장은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제품 제조 과정에서 이 디클로로메탄을 무려 1600톤이나 공기 중으로 뿜어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공장에서 배출한 전체 발암물질의 1/5이나 되는 양입니다.

[김신범/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 :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는 뇌암 같은 문제들이 올 수가 있습니다. 한 공장에서 1600톤을 공기 중으로 배출했다는 건 전 세계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문제는 당국의 대처입니다.

[충청북도청 관계자 : 디클로로메탄 같은 경우에는 배출 기준이 (법에) 설정이 안 돼 있다 보니 저희가 법으로 강제하기가… (줄여달라고) 권고하는 수준이지….]

디클로로메탄은 법에 치명적인 오염물질로 지정은 돼있는데, 많이 배출해도 막을 근거는 없는 상태입니다.

회사 입장에선 그러니 알아서 줄일 이유가 없는 겁니다.

[청원 공장 관계자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건설 당시에) 판매처가 하나도 없었고요. 그런 상태에서 (저감장치에) 수십억 투자를 할만한, (미국 본사를) 설득시킬만한 어떤 명분이 없었다는 거예요.]

2010년 말 저감장치를 달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500톤 가까운 디클로로메탄을 뿜어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전국 3등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경기도에도 공장을 짓겠다며 양해 각서를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은 주민 건강보다 산업 보호 논리만 강조할 뿐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 국고 보조를 십원 한푼 안 해주면서 너네들 강제로 줄여라, 줄여라 할 수가 없는 입장이거든요, 저희가. 프레스(압력)만 가하다 보면 우리 산업계 다 외국으로 도망가고 우리나라에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디클로로메탄 말고도 유독 대기 오염물질 가운데 60% 이상이 배출 기준이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이정택)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