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60주년 맞이한 조선족 자치주, 앞길 '캄캄'

<앵커>

중국 속의 한민족 공동체인 옌볜 조선족 자치주가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앞날은 순탄치 않습니다.

김석재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명난 우리가락에 어깨가 절로 들썩입니다.

씨름과 널뛰기는 빼놓을 수 없는 전통행삽니다.

[송동규/조선족자치주 주민 : 연변조선족들이 이런 문화를 잊지 않고 계승하고 이어나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옌벤 조선족자치주 설립 6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축하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옌지시 외곽의 조선족 농촌마을.

몇년 전만 해도 논밭이던 곳이 지금은 잡초만 무성합니다.

젊은이들이 모두 한국이나 대도시로 나가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순건/조선족자치주 주민 : 이제는 다 외지로 가니까 노인들만 남아서… 그나마 자식들 보내주는 돈으로 노인들은 살고…]

젊은이들이 떠난 마을 곳곳엔 폐허로 변한 집들이 늘고 있고, 조선족 학교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500여 명이 살던 이 조선족 마을에 지금은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 100여 명만 살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돈벌러간 아들과 딸을 대신해 9년 전부터 친손자와 외손녀를 맡아 키우고 있는 67살 지순옥 할머니.

앞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건강마저 악화되면서 요즘 하루하루 살기가 버겁기만 합니다.

[지순옥/조선족자치주 주민 : 저녁이면 (할아버지가)보지 못하니까 저 방에 눕히고 나는 애들 데리고 자고 또 아침이면 밥해서 먹여 학교보내고… 사는 게 이렇습니다.]

한때 70%가 넘었던 옌벤의 조선족 비율은 36%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 빈 자리를 한족들이 채우면서 한국어보다 중국어 사용이 늘고 있습니다.

60년 전보다 경제규모가 61배나 늘었지만, 조선족들이 떠나고 있는 옌벤은 갈수록 고유의 특성을 잃어가며 자치주로서의 지위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관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