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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도심 하천서 물고기 떼죽음…왜?

<앵커>

도심 하천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나기라도 잠시 지나가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겁니다. 

그 이유를 이호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간당 20mm 안팎의 소나기가 내렸던 지난 12일 서울 안양천 염창교 부근에서 물고기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지난달 말 불광천에선 어른 팔뚝 만한 크기의 붕어들이 역시 집단 폐사했습니다.

죽은 물고기가 자루에 가득합니다.

당현천에서도 죽은 물고기들이 배를 드러낸 채 떠올랐습니다.

소나기만 오면 도심 하천 곳곳에서 물고기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김고일/서울 응암동 : 고기들이 아주 몰살당했어. 싹쓸이 당한 거지. 요만한 것부터 이만한 것까지 다 떠내려갔어, 다 죽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하천 옆에 있는 하수관거입니다.

평소에는 생활오수와 빗물이 함께 모여 물 재생센터로 흘러가지만, 비가 많이 오면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됩니다.

1만 300km에 이르는 서울시내 하수관가운데 86%는 이렇게 빗물과 오수가 함께 흘러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빗물량이 시간당 2mm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예 비가 많이 내리면 오수가 넘치더라도 빗물로 희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 소나기가 내리면 오수가 하천에 그대로 흘러들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겁니다.

[관할구청 관계자 : 10분 동안 (비가) 6mm가 내렸어요, 순간적으로. 그 바람에 하수도의 시커먼 물이 하천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용존산소가 부족한 거죠.]

빗물과 오수가 따로 흐르도록 설계된 안양천 목동과 양재천 개포동 구간에선 실제로 물고기 집단폐사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서울 시내 하수관을 이렇게 다 바꾸려면 10조 원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신도시를 건설하거나 하면 빗물하고 오수를 분리해서 다 묻을 수 있겠죠. 그런데 서울 같은 기성 시가지에서는 그게 되지 않거든요.]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

오염물질을 거른 뒤 하천에 방류하는 완충 장치를 설치하면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김갑수/환경공학 박사 : 완충 지역을 만들어서 고농도의 오염원이 바로 하천으로 들어가지 않게끔 하는 게 중요한 대책입니다.]

비만 오면 반복되는 물고기 떼죽음을 막기 위해선 주요 하천 주변 하수관만이라도 완충 장치를 설치해 효과를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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