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철새도 외면하는 '이상한 생태공원'…이유가

<앵커>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둔치에 수백억 원을 들여서 대규모 생태공원이 조성됐습니다. 철새도 좋아하고,
사람도 즐겨찾는 곳이 됐어야 정상일 텐데요, 사정은 영 딴판입니다.

송성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5월 낙동강 둔치 170여만 ㎡의 부지에 조성된 맥도 생태공원입니다.

250억 원의 예산을 들인 공원에 변변한 볼거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770여 m의 탐방 데크에는 곳곳에 거미줄만 가득합니다.

인공 습지에 그물을 던져보니 생태 교란 종인 베스와 블루길 황소개구리 올챙이만 걸려 올라옵니다.

[우지원/생명그물 생태조사 팀장 : 두 차례 모니터링 결과 생태 교란 종인 베스가 우점종을 차지했고, 그 뒤로 블루길과 황소개구리 등이 확인됐습니다.]

물길이 막힌 인공 습지는 수초 등이 죽어 두꺼운 층을 만들었습니다.

[이준경/생명그물 정책실장 : 물이 썩고 악취가 나고 있는데요. 지금 그런 상태로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습지로서의 본 기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공원 여기저기에 심은 나무도 생명력을 잃었습니다.

공원의 조경에만 5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나무나 수생 식물의 상태는 엉망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 공원이 사람들을 위한 휴식 공간인지 철새들을 위한 생태공원인지 그 성격이 분명하지 않다는 겁니다.

사람과 철새가 공존하는 자연 공간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어디에도 관리 흔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탐방객이 이용할 벤치는 그늘막조차 없이 따가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철새들의 먹이 활동이나 휴식처로 조성된 나대지는 허리춤까지 자란 잡풀 천지입니다.

[김경철/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 : 이곳에 앉을 수 없겠죠. 앉는다 하더라도 날 수가 없어 찾아오지 못 하는 공간이 됩니다.]

부산시는 17억 원의 예산을 추가 반영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시 관계자 : 겨울철에는 보리밭이라든지 밀밭 자운영 군락지 이런 식으로 나대지를 조성하고 또 필요하다면 저희들이 먹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예산만 쏟아 붇는다고 사람도 새도 외면하는 생태공원이 되살아날지 의문입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