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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건물에 남겨진 '9만 개 제대혈'…황당

<앵커>

아기를 낳을 때 탯줄에서 나오는 혈액을 제대혈이라고 합니다. 혹시 모를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 냉동 보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제대혈을 9만여 개나 보관 중인 한 탯줄은행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정규진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은 9만여 개의 제대혈을 보관 중인 업체입니다.

두 달 전만 해도 7층짜리 건물 전체를 다 쓰던 큰 회사였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제대혈 보관 업체 입주 건물 관리인 : 글쎄 (건물을) 다 썼는데 없어요. 이제는 (텅 빈 거예요. 건물이?) 네 다 비었어요. (언제쯤 옮겼어요?) 6월 말쯤에….]

홈페이지에 나온 연락처 3곳 모두 전화가 안 됩니다.

아이가 난치병에 걸리면 쓰려고 이곳에 자녀의 제대혈을 맡겨 놨던 가입자들은 답답한 노릇입니다.

보관비로 130만 원까지 낸 상태.

[제대혈 보관 업체 가입자 : (업체에서) 공지가 없었으니까… 연락도 없었고… 갑자기 무슨 일이 닥쳤는데 (제대혈을) 못 쓸 수 있으면 큰일 나는 거잖아요.]

제대혈은 이 회사 지하 냉동고에 보관 중인데,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이 업체는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해 두 차례나 실사를 받았지만 모두 탈락했습니다.

지금은 무허가 상태입니다.

[손호준/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 운영에 필요한 장비라든지 이런 부분에 품질관리 체계가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 업체는 건물 임대료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대혈 보관 업체 투자자 : 우회 상장을 해서 경영을 하다가 그게 사고가 나면서 이 건물에서 쫓겨난 셈이에요.]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업체 대표는 이전할 건물을 물색 중이며 제대혈도 문제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제대혈 보관 업체 대표 : 사무실을 저희가 구할 수가 없어서 (가입자에 연락이) 늦어진 감은 있습니다. (냉동고는) 액화질소가스를 계속 공급만 해주면 되거든요.]

보건복지부는 개인의 재산권 문제라며 적극적인 개입을 꺼려, 제대혈을 맡긴 9만여 가입자들의 불안과 근심만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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