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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협에 통장 만들러 가니 문전박대…왜?

농협, 파산경력자 거래 사절…"통장도 못 만들어"

<앵커>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고 갚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빚을 탕감해주는 개인 파산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법원이 조건을 엄격히 따져 파산 선고를 하고 나면 모든 경제적 권리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패자부활인건데, 그런데 파산 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아예 거래를 못하게 하는 은행이 있습니다.

정명원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



<기자>

10년 전 사업이 망해 수억 원의 빚을 졌던 안 모 씨.

막일을 하면서 빚을 갚아가던 안씨는 과로로 쓰러져 이마저 어렵게 되자, 거래했던 은행의 권유로 지난 2007년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고 이듬해 빚 면책을 받았습니다.

이후 트럭 운전을 하면서 신용으로 휴대전화까지 개설했지만, 최근 예금을 하러 농협 은행에 들렀다가 문전 박대를 당했습니다.

[거래 당시 농협은행 직원 녹취 : 은행마다 규정상 틀린 거예요. 국민은행이나 기업은행은 통장을 만들어 드린 거고 저희 농협에서는 통장을 만들어 드릴 수 없어요.]

농협 은행은 본점의 지침이라며 안 씨의 파산 경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안모 씨/파산면책자 :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 고맙다고 생각을 했는데 농협을 통해서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너무 괘씸하고 분했죠.]

개인파산 제도는 예기치 못한 부도 등으로 빚을 못 갚게 된 경우, 법원이 조건을 엄격히 따져 빚을 탕감해주고 재활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채무가 면제되면 법원은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금융거래를 다시 할 수 있게 해주고 5년이 지나면 연체 기록도 삭제됩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빚 면책을 받은 고객 423명에 대해 은행 차원에서 금융거래를 막아왔습니다.

[이창기/NH농협은행 개인고객부 팀장 : (파산자) 등록이 해제가 안 됐기 때문에 거래가 제한돼 있는 그런 상태로 생각됩니다.]

농협 측은 파산면책자 정보가 전산상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최근 5년간 개인 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57만 명, 패자 부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농협 은행의 문턱은 너무 높았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홍종수,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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