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 대사관 건너편 위안부 소녀상도 첫 광복절을 보냈습니다. 대답 없는 일본 대사관을 바라본지 246일째. 오늘(15일) 내린 비가 소녀상의 눈에 눈물처럼 맺혔습니다.
정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7천281일, 19년 11개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1천 번째 외침.
소녀상은 천 번째 집회부터 할머니들과 함께 했습니다.
맨발로 일본군에 끌려갔던 그때 소녀시절을 기억하며 할머니는 발을 어루만졌고, 그 뒤 소녀에겐 노란 신발이 생겼습니다.
누가 보낸 지 모를 노란 편지엔 다시는 검은 기억을 떠올리지 말라는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홑겹 한복 치마저고리가 눈에 밟혀, 추운 날 시민들은 털목도리와 모자, 담요를, 명절엔 한복과 복주머니를 선물했습니다.
우산을 씌워 주는 경찰도 소녀와 함께 했습니다.
한 일본인 목사는 참회의 '봉선화' 연주와 함께 눈물로 소녀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지만 우익 일본인의 말뚝테러로 소녀의 마음엔 또 한번 피멍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246일, 소녀는 대답없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첫 광복절을 맞았습니다.
마침 내린 비가 소녀의 눈에 눈물처럼 맺혔습니다.
한 일본인은 사죄의 팻발을 들었고, 2천 명의 시민들은 일본의 사죄를 외쳤습니다.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를 기다리며 소녀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오늘도 일본 대사관을 바라봅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