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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속 '비밀 정원', 주말마다 주차 전쟁

<앵커>

신사동 가로수길, 삼청동길에 이어 부암동이 뜨고 있죠. 북악산 자락이 카페들이 많은 동네인데 사실 여기엔 서울 4대문안에 유일한 청정 계곡이 있습니다. 도심 속 비밀정원이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백사실 계곡.
요즘은 밀려드는 차들로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혜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북악산 자락을 따라 나지막한 주택이 자리 잡은 서울 부암동.

옛 정취가 묻어나는 한옥과 사대문 안의 유일한 계곡인 백사실 계곡을 품고 있어서 문화적으로, 생태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그런데 고즈넉한 이 마을이 주말만 되면 승용차와 전쟁을 치릅니다.

계곡 입구까지 이어지는 걷기 좋은 언덕길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죽 늘어서고, 승용차가 서로 뒤엉켜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합니다.

주변에 마땅히 차댈 데가 없으니 주차금지 푯말도 무용지물입니다.

[이정상/서울 부암동 주민 : (주차장 없어요?) 여기 주차장 없어요, 그냥 (방문객들은) 차를 갖고 오지 말아야 해요.]

방문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순 없을까.

백사실 계곡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정류장 중에 한 곳인데요, 여기서부터 계곡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을 한 번 재봤습니다.

성인이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걸었을 때 걸린 시간은 22분.

주말에 자녀와 함께 짐을 챙겨 들고 계곡까지 걸어가려면 40분은 족히 걸립니다.

사정이 이러니 방문객들은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보는 주민들은 불만이 가득합니다.

[수암 스님/서울 부암동 주민 : 주말에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까 주민들 입장에서 너무 고통스럽죠. 기존에 조용해서 이사 왔던 분들이 시끄러워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백사실 계곡은 가재와 도롱뇽, 산개구리가 서식해 생태경관보전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드라마 촬영지 등으로 알려진 이후 방문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손민우/서울환경연합 활동가 : 돌을 밟고 지나다니면서 서식처를 파괴한다거나 아니면 돌에 눌려서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요. 나무를 채취한다든지. 야생화를 채취하든지. 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백사실 계곡의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부암동 일대 대중교통 노선을 연장해 생태계를 보호하자고 환경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  범, 박동률,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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