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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 통행금지" 마을 진입로 막힌 이유는?

<앵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누군가 이렇게 울타리를 쳐 사실상 도로를 폐쇄시켜버렸습니다. 외부 사람들은 물론이고 마을 안에 있는 일부 주민들까지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정경윤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한 주택 앞에 도로가 마당인 양 울타리가 쳐졌습니다.

주민들은 울타리 옆 1미터 너비도 안 되는 통로를 지나 집으로 향합니다.

[최봉춘/마을 주민 : 우리가 40년 동안 이웃끼리 함께 다녔던 길인데 어느날 갑자기 울타리가 생기니까 서글프죠.]

울타리를 거쳐 마을로 가는 주민들은 100여 명.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할아버지는 수레를 끌고 나가지 못하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도 사고 위험에 조심조심 간신히 마을을 드나듭니다.

[신만호/집배원 : 사람이 왕래하면서 저희가 배달하면서 내려가면서 만나는 고객이 있거나 그러면 피해기가 너무 협소해서….]

정화조 청소 차량은 아예 진입하지 못해 주민들은 사흘째 악취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의 도로가 이렇게 통제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습니다.

마을 안에 불이 나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고, 응급 환자가 발생해도 입구까지 걸어 나와야 구급차를 탈 수 있습니다.

도로에 울타리를 친 건 땅주인 박 모 씨.

지난 2008년 집과 도로를 함께 사들였습니다.

도로 개발이 지연되자 박 씨는 땅에 대한 보상금을 신청했는데, 시가 책정한 금액이 대지 공시지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박 씨는 세금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면서 보상금 기준은 턱없이 낮다며 두 달 전부터 도로를 폐쇄하겠다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이틀 전 울타리를 쳤습니다.

[박 모 씨/땅주인 :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정말 사죄하고 죄송하고, 하지만 시와 협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형평성이 안 맞는 것 같아요. 세금은 다 받아가고….]

시청은 도로가 박 씨 소유인 이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시청 관계자 : 경찰이나 사법기관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시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도 공공 복리에 부합해야 하는 게 민주사회의 법질서 아니냐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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