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불치병에 바이러스까지…온도 1도의 위력

<앵커>

반가운 장맛비로 100년 만의 가뭄, 또 때이른 무더위가 한풀 꺽였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힘들어지는 게 사람뿐은 아니죠? 실제로 동식물은 단 1도의 온도 차이로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온도 1도의 변화가 자연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권영인 기자가 직접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기자>

한류성 어종인 도다리를 수조 두 곳에 나눠 넣었습니다.

바뀐 환경이 어색한 듯 고기들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

수온을 천천히 올려봤습니다.

20도, 22도 고기들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24도를 넘어서자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움직임이 바빠집니다.

피부를 보호하는 점액질도 벗겨져 나옵니다.

26도에 다다랐을 때 도다리는 극도의 흥분상태에 도달합니다.

수조 속을 이리저리 마구 휘젓던 고기들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급기야 물 위로 펄쩍펄쩍 뛰어오릅니다.

[민병화/동해수산연구소 해역산업과 : 이상행동도 보이고 먹었던 사료도 토해내고 그런걸 봐서 조금 더 지나면 폐사에 이를 수 있는 상태입니다.]

도다리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아봤습니다.

사람에게도 있는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이 1도 오를 때마다 30%씩 급증했습니다.

[24-5도씨부터는 1도씨에 대해서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지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온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광어를 수조에 넣고 수온을 올려봤더니 5도가 올라가는 동안 산소 소비량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겁니다.

1도의 변화는 또,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럭은 수온을 올렸더니 바이러스 질병이 새로 나타났고, 멍게는 불치병인 물렁증이 급증했습니다.

[정민환/국립수산과학원 양식관리과 : 1도의 의미는 어패류에게 아주 크다. 사람도 체온이 39도, 40도 되면
영향이 큰 데 고기도 마찬가지다 ]

땅 위 동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25~26도에서 잘 자라는 누에를 30도에 맞춘 인큐베이터에 넣었습니다.

24시간이 지난 뒤 꺼내봤습니다.

생생하던 누에들은 하루만에 활기를 잃었고, 일부는 병이 들기도 했습니다.

더위에 노출된 누에들은 고치도 불량이었습니다.

[이미정/경북 울진군(누에 재배농민) : 뜨거운 곳에 두면 누에가 익어요. 누에 병이 많이 와요. 날이 더우면 아무래도 저희가 많이 손실이 있죠.]

7도 이하의 추운 날씨가 두 달 이상 지속돼야 꽃이 피는 사과는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비무장지대까지 재배지역이 북상했습니다.

대신 한라봉 등 더위를 좋아하는 작물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한반도 주변 바다는 평균 1.3도 더 따뜻해졌습니다.

같은 기간 땅은 1도가 올랐습니다.

모두 1도 밖에 안되는 변화이지만 물 속과 땅 위의 생태계 분포도를 바꿔버릴 정도로 그 힘은 컸습니다.

때문에 5,6월 이른 더위와 백년만의 가뭄이 우리 주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연구자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 VJ : 김형진, 영상편집 : 이승희)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