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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마지막 탈출구 '밀항'…단속 실상은?

<앵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은 최후의 방법으로 밀항을 선택했다가 붙잡혔습니다. 이 밀항이라는 게 서스펜스 영화같은 데나 있는 줄 알았는데, 알게 모르게 성행하면서 범죄자들의 탈출구가 되고 있습니다.

권영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희대의 다단계 사기 용의자 조희팔.

피해액이 4조 원이나 됩니다.

조 씨는 지난 2008년 서해를 통해 중국으로 밀항했고 아직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당시 조 씨에게 밀항선을 제공했던 박창희 씨는 모든 과정이 철저하게 은밀히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밀항자의 신원은커녕 접촉했던 브로커 외에는 밀항 당일까지 누구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박창희/밀항선 제공자 : 두목들이 있죠. 팀을 짜는, 프로그램을 짜는 마약 범죄처럼 그 사람이 저를 직접 만났어요. 다른 사람을 데려가면 절대 안 만나요.]

추적을 피하기 위해 브로커들이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보니까 중요 인물들은 일부러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내가 마산에서 한다, 진해에서 한다, 부산에서 한다 해놓고 엉뚱한 방향….]

마음을 바꾼 박 씨가 경찰에 제보까지 했지만, 조 씨의 밀항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밀항선을 직접 몰았던 선장을 만났습니다.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나쁜 날씨를 골라 밀항한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위험은 더 커집니다.

[김 모 씨/밀항선 운항 선장 : 파도도 많이 치고, 또 선장실 앞에 있는 유리 창문이 고장 나서 안 닫히더라고요. 저도 사람인데 겁이 안 나겠습니까? 혹시 바다에서 보트 뒤집히면 어떻게 해요.]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공해에서 중국 배를 기다리는 시간.

밀항자들이 중국 배로 갈아타기 전 증거 인멸을 위해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김 모 씨/밀항선 운항 선장 : 처음에 공해 상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죠. 혹시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저도 먼저 행동으로 옮길 마음은 먹고 있었죠.]

이렇게 목숨까지 내가면서 밀항을 돕는 이유는 역시 돈입니다.

성공하면 억대의 큰돈을 손에 쥘 수도 있습니다.

수소문 끝에 지금도 밀항을 중개하고 있는 브로커와 어렵게 전화 연락이 닿았습니다.

해군의 감시를 피해 공해로 나가는 것은 쉽다고 장담합니다.

[밀항 브로커 : 그건 쉬워요. 그 사람들이 (군경) 루트를 모르니까 정확한 루트를 사전에 정하고 나가면 (군경이) 못 잡죠.]

보통 한 명 당 1500만 원 안팎의 돈을 받지만 김찬경 회장처럼 큰 돈을 갖고 급하게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부르는 게 값입니다.

[밀항 브로커 : 비용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서로가 사전 동의하에 밀항을 추진하는 것이니까.]

공해로 나가려면 해경에 승선인원을 신고해야 합니다.

밀항자들은 신고명단에 빠져 있지만 일일이 탑승자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해경 관계자 : 현실적으로 배들이 어디에 나가있는지 100% 다 확인하지 못합니다. 사전 첩보 등이 없으면 일일이 다 확인하기 어렵거든요.]

지난해 밀항을 시도하다 당국에 붙잡힌 건 딱 한 건에 불과하고 한 해 몇 명이 밀항으로 빠져나가는지는 관련 통계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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