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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의 만학도…"한 맺힌 한글 공부, 꼭 해내겠다"

<앵커>

문맹률이 세계 최저인 우리나라에도 한글 모르는 성인이 20만 명을 넘습니다. 어려서는 오빠와 남동생에게 밀려서, 시집 가서는 남편 건사하고 아이들 돌보느라 배울 기회를 놓친 우리 어머니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그 기회를 성공으로 일군 어머니들 이대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글씨 하나라도 놓칠세라 또박또박 큰 소리로 따라 읽는 할머니들.

받아쓰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멀쩡한 돋보기 타박도 하고 뒷사람 공책을 슬쩍 엿보기도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익혀나가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윤상순/74세 : 재밌어요. 재밌는데 공부를 잘 못해요. (잘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녀요.]

고희를 넘겨 한글을 배우는 늦깎이 초등생이지만 배움의 열정만큼은 고시생 못잖습니다.

배우지 못해 겪었던 '한'과 '서러움' 때문입니다.

[강현순/73세 : 8남매 중에 제일 장녀인데 제가 6.25 때 학교를 들어갔어요. 1학년 때 6.25 만나고 끝나버렸어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우지 못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윤상순 : 할아버지가 엄하셔서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고 학교 가면 뭐하느냐고….]

3년 과정을 마치면 70 평생 꿈에나 그렸던 졸업장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선물은 단지 읽고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넘어 남은 생애 끝까지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육정자/73세 : 글밭을 일궈 글꽃을 피워보고 싶어요. 그동안 살기 바빠 실천하지 못하였습니다. 한 맺힌 한글 공부를 꼭 해내겠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이승환, 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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