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일 밤 경기도 수원에서 일어난 20대 여성이 피살된 채 발견됐습니다.
알고 보니 이 여성이 살해당하기 전에 휴대전화로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는데, 초동 수사가 잘못돼서 피해를 못막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정경윤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일 밤 10시 50분쯤, 귀가하던 20대 여성이 40대 중국동포 우 모 씨의 집으로 강제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여성은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어 절박하게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성폭행을 당하고 있으며, 지동초등학교 지나서 못골 놀이터로 가는 길 사이의 집이라고 위치를 정확히 설명했습니다.
통화시간도 1분 20초나 됐습니다.
112신고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누가 그러는 거냐, 어떻게 아냐는 등 주변 정황만 물었습니다.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피해여성이 공포에 질려 남자에게 잘못했다고 비는 목소리를 끝으로 통화는 두절됐습니다.
사건 현장은 피해자가 언급한 초등학교에서 불과 8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이 일대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이 수색 장소를 잘못 짚었기 때문입니다.
[인근 주민 : 탐문 수사는 별 거 한 게 없고요. 아침에 출근해 보니까 형사들이 이쪽(반대편)만 주시하더라고요.]
사건 현장에서 1km 가까이 떨어진 놀이터 주변부터 수색하느라,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알아낸 피해여성의 위치가 1차 수색 장소와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던 겁니다.
그나마 처음엔 9명의 경찰관만 투입됐고, 3시간 뒤 30여 명이 추가됐지만 엉뚱한 곳만 탐문했습니다.
[김춘섭/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 : 지동쪽에 폐·공가가 약 한 30여 채 이상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주변을 수색하면서 초기에 피의자의 집을 찾지 못한….]
경찰이 우왕좌왕 헤매는 사이 피해여성은 사건 발생 13시간 만에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무능한 경찰이 초동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