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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4만 원 난방비 폭탄…계량기의 비밀

중앙난방 아파트 유사 계량기 문제 추정돼

<앵커>

아파트에는 집 안팎에 계량기가 붙어 있어서 꼼꼼하게 정확하게 난방비를 부과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고장난 남의 집 계량기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내는 가정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세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중앙 난방식 아파트에 사는 이인구 씨는 지난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난방비가 평소의 4배가 넘는 94만 원이나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 덜 낸 난방비를 뒤늦게 발견해 한꺼번에 청구했다는 게 관리 사무소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인구/중앙난방식 아파트 주민 : 실내외 계량기 차이가 있다라고 말씀하시고 관리비를 한꺼번에 누적 사용량이라고 94만원 가량 청구하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중앙 난방식 아파트의 경우, 단지 차원에서 난방수를 일괄 공급받은 뒤 이를 다시 각 가정에 나눠줍니다.

각 가정에는 집 안팎에 각각 계량기 1대씩이 설치돼 있습니다.

집안의 내부 계량기가 온수 사용량을 확인한 뒤, 그 수치를 집 밖의 '외부 계량기'로 전달해 주게 됩니다.

관리소가 부과기준으로 삼는 외부 계량기가 기계 노후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실제 사용량보다 낮은 수치가 표시됐던 것입니다.

외부 검침기가 고장 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직접 물을 흘려 실험해 보겠습니다.

5시간 동안 5톤의 난방수를 흘려보냈습니다.

정상적인 외부 계량기는 5톤의 물을 쓴 것으로 나왔지만, 고장 난 외부 계량기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적은 수치가 표시됩니다.

[김용기/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 정상일 경우 10개의 데이터가 10개를 전달을 해야하는데 고장이 났을경우는 7~8개밖에 안보내줘서 결국에는 그만큼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검침기가 고장 난 가구가 덜 낸 난방비는 공용으로 처리돼 단지 전체 가구가 균일하게 나눠 부담하게 됩니다.

결국 정상적으로 계량기가 작동하는 가구는 내야 할 난방비보다 더 부담하게 되는 겁니다.

한국 건설 기술 연구원이 지난해 말 중앙 난방식 아파트의 외부 계량기를 표본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20%가 고장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현영/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 한달 사용량을 주부들이 기억하고 살진 않을 것 같은데…]

[이태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세대 구성원들은 난방계량기가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문성이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국의 중앙 난방식 아파트는 총 300만 가구.

오랫동안 계량기 교체를 하지 않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유사한 문제점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상취재 : 임우식, 정상보,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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