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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될 수 있다?

<8뉴스>

<앵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절반가량이 잠을 자면서 코를 심하게 고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뇌가 손상돼 기억력이 나빠지면서 치매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조동찬 의학 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올해 80살인 할머니.

간단한 단어 10개를 보여주며 따라 읽도록 했습니다.

세 번 반복해서 읽은 뒤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도록 했습니다.

다섯 개 단어만 기억합니다.

[김말숙(80세)/코골이 환자 : 기억력이 좋지 않습니다. 잊어버리고. 금방 잊어버리고.]

비슷한 연령대와 비교해 기억력이 더 떨어지는 이유는 코골이 때문입니다.

수면 중 각종 신체상태를 정밀 점검하는 다원 검사를 실시해 봤습니다.

잠이 들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하면서 20여 초 만에 호흡이 멈춥니다.

혈액 속의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그래프에 분홍색으로 표시됩니다.

산소농도가 위험수위까지 떨어지면 잠에서 깬 상태에서 몸을 뒤척이게 됩니다.

[김말숙(80세)/코골이 환자 : 어떨 때는 (숨 막혀서) 콱 이러다가 깜짝 놀래서 잠에서 깰 때가 있거든요.]

이렇게 자는 동안 뇌에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잠에서 자꾸 깨게 되면 뇌의 전두엽 부위가 손상을 입게 됩니다.

이런 게 지속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치매가 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이 3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았더니 코고는 사람은 인지기능 장애의 위험도가 70%, 치매 위험도는 무려 2배 넘게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코골이로 인해 뇌가 손상되는 것은 중·장년층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윤인영/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3~40대 중장년, 4~50대 같은 경우, 오히려 노인들보다 더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기능 저하나 심혈관 합병증이 더 잘 생길 수가 있습니다.]

대한수면학회 조사결과 40대에서는 40%, 50대 이상에서는 50% 이상이 코를 고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코 고는 사람 10명 중 3명은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세를 함께 앓고 있습니다.

3~40대 코골이 환자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또 50대 이상 장년층과 노인의 경우 연골이나 근육에 힘이 떨어져 코를 골기 때문에 숨길의 막힌 부위가 어딘지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혈관 질환을 갖고 있다면 치료를 서둘러야 합니다.

[김기웅/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뇌혈관 질환이 있거나 뇌손상 병력이 있었던 분이라든지, 뇌의 기능을 떨어뜨릴만 한 대사성 손상이 있는 분들은 (코골이 기간이) 짧더라도 뇌의 비가역적 손상을 줄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코골이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단순한 수면 습관이 아닙니다.

뇌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래서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영상취재 : 최남일,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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