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한국인과 이주민이 짝을 이룬 다문화 가정이 벌써 14만 가구를 넘었습니다. 그 집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당연히 한국사람이겠죠? 그런데도 낳은 지 5개월이 되도록, 출생신고도 못 하고 자라는 아기가 있습니다.
정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생후 5개월이 된 민이 아빠는 한국, 엄마는 몽골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동거를 하다 아기가 태어나자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함께 구청에 냈습니다.
며칠 뒤 가족증명서를 뗐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황대수/아기 아빠 : (아기)주민등록번호로 의료보험 올리려고 제 밑으로. 그런데 번호가 안 나온 거예요.]
결혼하기 전에 태어난 아기는 엄마의 국적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뒤 아빠가 내 아기라고 주장하면 출생신고를 받아준다는 겁니다.
부부는 할 수 없이 몽골로 갔지만 한국에서 거부당한 일이 문제가 됐습니다.
[황대수/아기 아빠 : 몽골에선 (한국에서) 출생신고 됐다가 말소시켜버리니까 더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한국은 몽골이 먼저라고 하고 몽골은 한국의 거부를 문제 삼으며 다섯 달이 흘렀습니다.
아빠는 일용직으로 일을 하며 아기 국적 찾기에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아직 성과가 없어 의료 혜택도 못 받는 아기가 감기만 들어도 걱정입니다.
[자야(몽골)/아기 엄마 : (아기가 아프면) 진짜 매일 울어요. 한국에서 태어나는 애한테 나라에서 주는 도움을 받고 싶어도 안 되는 거예요.]
부부는 구청이 혼인전에 태어난 아기의 경우 어떤 절차를 밟을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합니다.
[담당 구청 직원 : 저희가 잘못 처리한 거는 맞아요. 한국인이면 혼인과 출생일과 상관없이 가능한데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놓친 거예요.]
관계 당국은 법규만 따지고 듭니다.
[법무부 국적과 직원 : (어떻게 좀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없어요. 그 나라(몽골) 정부에서 해줘야 하는거지. 몽골 엄마가 떼를 쓰는 수밖에 없어요.]
국내 체류 외국인 120만 명.
그중 14만 명이 한국인과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문화 사회로 급변하면서 관련 분쟁도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정원/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사무총장 : 아이의 출생신고, 혼인신고의 문제라든가 다양한 갈등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법률를 정비하도록 노력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이 '법대로'라며 원칙만 고수하는 사이, 아기 민이는 한국 아빠를 두고도 국적없는 처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