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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금 노린 '식파라치' 기승…얌체 부업 전락

<8뉴스>

<앵커>

불량 식품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며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재작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잡으라는 불량 식품은 못 잡고, 전문 신고꾼, 이른바 '식파라치'들의 배만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권애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재개발 구역 상가에서 반찬거리를 팔아온 정현숙 씨는 최근 난데없이 경찰 출두 통보를 받았습니다.

식품위생법상 신고 없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정현숙/영세 콩나물가게 운영 : 아들이 지금 4년 2개월째 병원에 있어요. 나 혼자서 벌어서 병원비도 대야 되고, 벌금이 최하가 30만 원 나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감당할 수 있냐고요.]

동네 사람들에게 배즙과 양파즙을 팔아 용돈을 벌어 온 72살 김 모 노인도 같은 이유로 경찰에 나가야 했습니다.

[김 모 씨(72세)/(무신고)영세 과일즙 판매업소 운영 :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되는 줄 알고 사업자등록증은 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것저것(배, 양파 등 취급품목도) 하는 것도 영업신고를 해야 된대요.]

신고 없이 음식을 파는 영세 상인들에 대한 신고는 올 들어서 서울에서만 수백 건이 접수됐습니다.

신고에 따른 포상금이 한 건당 10만 원.

해가 바뀐 뒤 새로 책정된 신고포상금을 타가려는 이른바 '식파라치'들이 활동을 시작한 겁니다.

[식파라치 : 올들어 한 100건?…(신고했어요.) 한 군데에 안 하고 인터넷으로 하는 거라서 전국적으로 다 해요. 저는 그냥 피라미고… 많이 하는 사람은 한 달에 한 300건씩 (신고해요.)]

올 들어 한 구청에 신고된 100건 가운데 절반을 단 두 사람이 신고했습니다.

또 다른 구에선 올들어 지급된 5건의 포상금을 한 사람이 모두 타 갔습니다.

이 전문 고발꾼들은 요즘 같은 연초에 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지역 내 영세업소들을 확인한 뒤, 돌아다니면서 무신고업소를 찾아내는 수법을 씁니다.

한 사람이 타갈 수 있는 포상금을 기초단체당 최대 100만 원으로 제한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구청 보건위생과 직원 : 저희 구에서도 (1명에게) 260만 원 지급한 적 있습니다. 한 분이 돌아다녀서 촬영하고, 아내나 자녀 이름을 이용해서 (나눠 신고하세요.)]

연초 기초단체들이 최고 오백만 원가량 연간 포상금 예산을 책정해놓기가 무섭게, 먼저 챙기려는 식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리는 겁니다.

식파라치의 싹쓸이로 포상금이 바닥나면 나중에 유해식품 신고가 들어와도 포상금을 줄 수 없게 됩니다.

[한석현/YMCA 시민사회운동부 간사 : 일몰제라든지 기간을 정해놓고, 그 문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지, 부작용이 일어나도록 방치하는 행적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

부정 유해 식품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포상금제도가 도입됐지만 정작 신고는 적발이 손쉬운 영세 업소에게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식파라치의 부업수단으로 전락한 채 취지마저 무색해진 포상금 제도의 개선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홍종수,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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