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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코 앞인데…'콩나물시루 버스' 등하교 왜?

<8뉴스>

<앵커>

초등학생 600명이 콩나물 시루같은 통학버스를 타고, 2km를 돌아서 매일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길 건너 200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요?

정경윤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개학날 아침, 학생 60여 명이 줄지어 통학버스를 기다립니다. 

[홍나래/중학교 2학년 : 학교 갔다오면 지쳐서 돌아와요. 차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정원 38명인 버스에 50명 넘게 올라탔습니다.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습니다.

옷이나 가방이 끼이고 잡을 손잡이도 마땅치 않습니다.

버스가 길 건너 학교에 학생들을 내려주고 20여 분만에 아파트 단지로 돌아오자, 학생 수십 명이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동혁/초등학교 5학년 : 거의 만날 늦어서 서서 가니까 기분이 안 좋죠. 학교 갈 마음이 안 생겨요.]

학교까지 거리는 직선으로 200m, 하지만, 600여 명의 학생들은 버스를 나눠타고 2km 넘는 거리를 돌아 통학하고 있습니다.

벌써 11년째입니다.

아파트와 학교 사이에 왕복 8차선 도로와 철로가 있어 생긴 문제입니다.

육교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되는데, 수원시는 예산이 없다며 육교설치를 미뤄왔습니다.

주민들이 돈을 모아 빌린 이 셔틀버스는 10년도 더 된 차량입니다.

아침마다 정원을 초과한 학생들이 버스를 타다 보니까 이렇게 벗겨지고, 찢어진 곳이 굉장히 많은데요.

급기야 지난해에는 엔진을 통째로 교체해야했습니다

[이계연/아파트 주민 : 제가 실제로 타서 같이 타보니까는 정말 코너를 돌 때는 이 차가 정말 폭 하고 옆으로 쓰러질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 너무 불안했어요.]

수원시가 뒤늦게 육교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문제가 불거지며 일이 꼬였습니다.

400여 미터 떨어진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길 건너 편의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육교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김영희/이웃 아파트 주민 : 물론 아이들 굉장히 지금 불편합니다. 그걸 저희가 모르는게 아니예요. 그걸 알지만 육교하나 설치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타당성 용역 결과 조사에서도 이 자리가 가장 좋겠다라고 나온거에도 의미를 좀 부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원시는 다시 뒤로 물러섰습니다. 

[수원시청 관계자 : 양쪽이 거의 위치상으로는 (경제성에) 크게 차이 가 없어요. 서로 위치 합의만 되면 저희는 (육교 건립을)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는거죠.]

지자체의 책임 회피와, 주민들의 양보 없는 요구 속에 학생들의 위험한 등교는 오늘(9일)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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