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돌던지는 아이는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돌에 잘못 맞으면 생명이 위태롭죠? 서울시의 대표적인 민원서비스 기관인 '다산콜 센터' 직원들이 악성 장난전화 때문에 심리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시민 :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했는데요.]
[상담원 :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시민 : 콘○○○○(시리얼)을 먹으면 (광고에선) 호랑이 힘이 난다면서, 왜 호랑이 힘이 안 나요?]
[상담원 : 혹시 우유에 타 보셨습니까?]
서울시가 각종 민원 해소를 위해 지난 2007년 시작한 120 다산콜 서비스.
상담원만 500여 명에 연간 1000만 건의 민원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러나 최근 장난전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엉뚱한 질문은 그래도 애교 수준입니다.
[시민 : SBS에서 했던 만화가 있는데, 배구공 던지고.]
[상담원 : 혹시 '피구왕 통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시민 : 네, 맞아요. 그 머리 빨간 애요. 그 주제곡 좀 알 수 있을까요?]
[상담원 : 앞부분만 불러드리겠습니다. '아침 해가 빛나는~']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사람.
[상담원 : 정성을 다하는 다산콜 센터입니다.]
[시민 : …정성을 다 하냐?]
다자고짜 욕설부터 튀어나오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시민 : 야! (욕설하며) 네가 어떤 직책인지 모르고.]
이곳 직원들의 책상에는 이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글귀가 꼭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워낙 장난전화가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입니다.
[배덕화/120 다산콜센터 상담원 : 전화를 하자마자 바로 욕설을 하신다거나 니가 뭘 아냐는 듯이… 좀 많이 억울한 전화를 받게 되면 하루종일 우울할 때도 있어요.]
급기야 지난달부터 심리상담사를 초빙해 심리치료까지 받기 시작했습니다.
[김상남/120 다산콜센터 상담원 : 욕설 같은 것 들으면 같이 욕하고 싶죠. 너무 화가 나는데,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하녀를 다루듯이 하는 말에도 '아 고객님, 죄송합니다…' (해야 되니까요.)]
[김옥자/심리상담사 : 부당한 것을 요구하는데 '괜찮습니다' 해야 하는 거죠. 고문당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어요.]
콜 센터 측은 상습적인 '악성 전화'만 따로 처리하는 대책도 세웠지만 역부족입니다.
서울시는 악성 전화를 견디다 못한 일부 상담원이 이직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더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