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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하자마자 '주차장'…정체 부르는 중앙차로

<8뉴스>

<앵커>

새해 출근 첫 날 버스를 탔는데, 도로가 꽉 밀려 결국 내려서 뛰어가야 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더군다나 그런 일이 교통정체를 해소하겠다고 만든 버스 중앙차로 때문이라면 더욱 분통 터질 일이죠.

이경원 기자가 버스를 직접 타봤습니다.



<기자>

새해 첫 날 출근길,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이 됐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차에서 내린 여성은 고가차도를 뛰어 내려오고, 답답한 운전자는 불법 유턴으로 차를 돌립니다.

버스들은 중앙선을 넘어 50m 가까이 역주행하기도 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의주로 녹번역에서 서소문까지 버스중앙차로 5.4km가 개통된 뒤 벌어지는 광경입니다.

서울시는 의주로에 버스중앙차로가 생기면 교통정체가 대거 해소될 거라고 밝혔는데, 특히 이 곳 은평뉴타운에서 서울 도심까지 버스로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예상했습니다.

과연 서울시 예측이 맞는 지, 직접 버스를 타 봤습니다.

오전 8시 2분 은평 뉴타운 정류소 출발, 서울역 도착시간 오전 9시 9분, 1시간 7분 걸렸습니다.

버스 중앙차로가 생기기 전보다 15분이 더 걸렸습니다.

[정승헌/서울시 홍제동 : 공사한 이후로 많이 기다려요. 오늘 지각이예요.]

[박도식/경기도 고양시 : 지금 한 15분째 한 자리에만 있어서 더 못 탈 것 같은데요, 내일부터.]

정체의 가장 큰 이유는 홍제동의 고가차도, 도로교통법상 편도 2차선 도로에는 버스 중앙차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버스 중앙차로가 다시 시작되는 내리막 부분은 1차선 중앙차로로 들어가는 버스와 다른 차선으로 가는 승용차들이 얽히면서 버스 운행도 덩달아 지체되는 겁니다.

[버스 운전기사 : 승용차들이 가득 차 있으니까 버스가 못 나가는 거죠. 항상 그래요.]

독립문역에서 서대문역 사거리까지 800m 구간도 문제입니다.

버스 중앙차로 정류소와 가로수변 정류소를 모두 이용하는 버스들이 지그재그식으로 차선을 계속 바꿔 운행합니다.

곳곳에서 엉키는 버스들로 교통 혼잡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서울시는 운전들이 적응이 안돼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서울시 관계자 : 처음에는 안정화 기간이 필요해요. 통행 패턴이 바뀌니까 그 기간이 어느 정도 소요가 되거든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윤명중/도시교통연대 사무총장 : (마을버스는) 외곽차선에 서 있고, (일반버스는) 중앙차선에 서 있어요. 그러면 다른 차량은 한 차선 밖에 통행할 수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교통체증이 가중되는 거예요. 병목현상도 같이 일어나고 있고.]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무작정 설치한 버스 중앙차로는 교통정체의 또 다른 주범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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