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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로 추위 피하려다…장애인 소년 참변을

<8뉴스>

<앵커>

한 시각장애 소년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이 추운 겨울, 기름값이 없어 부탄가스 버너에 의존해 추위를 피하다 화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안서현 기자입니다.



<기자>

불구덩이가 된 집으로 소방대원들이 다급히 들어갑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83살 원 모 할머니는 대원들에게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하지만, 함께 집에 있던 손자 18살 박모군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불이 나고 불과 8분만입니다.

숨진 박 군은 세 평 남짓한 이 방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습니다.

시각 장애가 있는데다 다리가 불편해 현관문을 찾지 못한 겁니다.

[이웃 주민 : 장애 아들에다가, 치매 걸린 90살 다 되는 할머니하고 살았으니까 딱해요.]

경찰은 방 안에서 부탄가스와 낚시용 버너를 발견했습니다.

기름 값이 없어 2년째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하자, 박 군의 아버지가 등산용 버너를 켜 놓고 외출한 겁니다.

[박 군 아버지 : 연료(기름)를 쓰다 보면 생활비 충당이 안 되니까 방에 전기 장판을 깔고, 부탄 가스(버너)를 (아들이) 춥다고 해서 틀어줬죠.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써야 하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은 120만 가구, 전기장판이나 부탄가스가 냉골을 참아낼 수 있는 유일한 난방도굽니다.

[이 모 할머니(90)/서울 중계본동 : (기름은) 아껴 써야지. 그러니까 날 좀 따뜻하면 (보일러) 안 켜고 전기장판 그냥 켜고 살지.]

에너지 빈곤층에게 연간 17만 원 규모의 에너지 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의 '에너지복지법'이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1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 중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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