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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혼이 담긴 전통무예 공연을 외국인이?

<8뉴스>

<앵커>

한국민속촌에서 가면 가장 인기있는 공연이 말을 타고, 아찔한 연기를 펼치는 '마상 무예'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전통무예를 복원한 건데요, 정작 연기를 펼치는 건 외국인들입니다.

정규진 기자입니다.



<기자>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국민속촌.

다채로운 전통공연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단연 인기를 끄는 공연은 2005년부터 선보인 전통 마상무예입니다.

달리는 말 위에서 펼치는 묘기에 가까운 동작에 박수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단원들간의 대화가 듣기에 낯섭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전통 마상무예 공연단원 : (어디서 오셨어요?) 몰라요. (한국말 몰라요?) 네.]

알고 보니 공연단 7명 모두가 몽골에서 온 기예단원들입니다.

[강영옥/인천 연수동 :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안내하는 곳인데,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으니까 당황스럽고….]

민속촌은 국내엔 말 위에서 고난도 동작을 보여줄 사람이 없어 말을 잘 타는 몽골인을 고용했다고 해명합니다.

[김도현/한국민속촌 경영지원팀장 : 마상무예가 나와 있는 전체적인 동작을 소화하실 분은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 없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무예도보통지 같은 옛 문헌에 나온 동작을 재연해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마상 무예인들은 국내에 숙련된 전문가가 40여 명이나 되지만 민속촌이 오락성을 강조하다 보니 몽골 기예단을 쓰는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김영섭/ 마상무예, 격구협회 회장 : 외국 사람들이 들어와서 우리 옷을 입,고 우리 포장을 했다해서 그 사람들이 한국 사람입니까? 우리의 역사와 정신, 몸짓, 혼이 담긴 우리의 몸짓이 승화된 것이 바로 전통 마상무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통 무예 공연에 외국인이 등장하게 된 것은 갈수록 위축돼가는 전통무예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이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전통무예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전통무예진흥법이 발효된 지 2년이 넘도록 기본지침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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