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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할수록 손해"…모범택시, 생사의 기로에

<8뉴스>

<앵커>

최근 모범택시 타신 적 있으십니까? 요즘엔 일반택시의 차종도 좋아지고, 카드결제도 가능해지면서, 모범택시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었죠.

사라질 위기까지 놓인 모범택시를 최효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9년 전 모범택시 발대식, 당시엔 택시의 디자인과 기사의 제복까지 뉴스가 됐습니다.

고급 차에 질 좋은 서비스로 서울을 상징하는 고급 대중교통이 될 거라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20년도 안돼 지금 거리에선 모범택시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김종표/모범택시 기사 : IMF 때보다 반도 안돼요, 수입이. 돌아다녀 봐야 내가 여기서 강남 일대를 한바퀴 돌아도 기본요금도 만나기 힘들어요.]

서울의 한 호텔앞, 많은 모범택시들이 진을 치고 무작정 승객을 기다립니다.

운전석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반짝거리는 차를 한 번 더 닦아도 보고, 같은 처지의 기사끼리 신세 한탄을 해봐도, 좀처럼 찾는 손님이 없습니다.

그나마 모범 승객이 가장 많다고 알려진 특급 호텔 앞입니다. 

하지만 4시간이 넘도록 기다려도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을 만큼 모범택시의 불황은 심각합니다.

상황이 어렵다보니 일반택시로 전환하거나 아예 그만두는 기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모범 택시 10년 경력의 엄정수 씨도 이제 그만 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최고의 서비스라는 자부심으로 버텼지만 한 달 겨우 60만 원의 수입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엄정수/모범택시 기사 :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도 없죠. 우리가 여기서 보통 기다리면 5~6시간, 길면 7~8시간.]

최근 5년간 2천여 명의 모범택시 기사가 이탈하면서 한때 5천여 대에 이르렀던 모범택시는 이제는 1,800여 대만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평균 3배 정도 비싼데, 서비스는 차별화되지 않고, 렌터카와 대리기사까지 급증하면서 모범택시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안기정/시정개발원 도시교통연구실 박사 : 무엇보다도 수요 창출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고요. 고급 교통수단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창출해 나가지 않으면 모범택시는 계속 불황의 길을 걷지 않을까.]

빳빳한 제복에 대형 승용차, 무사고 10년 이상인 기사에게만 면허를 줘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모범택시가 20년 만에 생사의 기로에 섰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주용진,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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