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물에 잠긴 고향…수몰민들의 애달픈 성묘길

<앵커>

일 년에 한 번 배를 타고 성묘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댐 건설로 고향 마을이 물에 잠긴 수몰민들인데요,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은 충주댐 수몰민들의 성묘길을 반기웅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 선착장에 모여든 성묘객들이 뱃길에 오릅니다.

물 속에 가라앉은 마을 위로 물길을 내며 떠나는 귀향선.

뱃머리를 스치는 풍경은 여전히 고향 마을 정경을 담고 있습니다.

뿔뿔이 흩어졌다 오랫만에 만난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묻어놨던 고향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이제는 물에 둘러쌓인 뒷 산에 올라보니 묘소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합니다.

낫을 들고 봉분을 다듬노라면, 옛 생각이 절로 납니다.

[김옥중/충주시 문화동 : 장모님 장인어른 산소에 올 때마다 과거에 처가에 가면 장모님이 성의껏 잘해주시던 것 생각도 나고.]

일 년에 한 번, 묘소를 찾는 만큼 벌초하는 손길에 정성이 깃듭니다.

벌초를 마친 뒤에는 조촐한 상을 차려놓고 술잔과 함께 큰 절을 올립니다.

자주 묘소를 찾지 못한 자식은 죄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최갑용/청주시 북문로 : 마음이 착찹하죠. 풀이 잔뜩 자랐으니까, 1년에 한 두세번씩 해도 되는 건데, 한 번 오니까 죄스럽죠.]

뱃길을 이용해야하는 성묘길,후손들에게도 이어질지 걱정이 앞섭니다.

[ 최기호/청주시 용암동 : 오늘도 아이들을 데려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아쉽고, 앞으로 세월이 지나면 더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어서 많이 아쉽고, 우려됩니다.]

애달픈 사연을 담아 뱃길로 이어지고 있는 수몰민의 성묘행렬에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배어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