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양식은 좋아도 우리가 먹는 닭이나 가축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물건처럼 키워지는지 관심은 그닥 많지 않죠? 행복한 동물이 사람에게도 이롭다는데요, 실제로 이렇게 동물들을 키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김범주 기자가 전국을 돌면서 만나봤습니다.
<기자>
빽빽히 닭들이 들어찬 양계장 한 구석.
털이 다 빠져서 맨살이 드러난 닭들이 모여있습니다.
최장 보름까지 일부러 굶겨서 강제 털갈이를 시키면 알을 더 잘 낳게 된다는 이유에서 이렇게 만든겁니다.
그러다보니 빈 먹이통을 쪼다 지쳐 죽어나가는 닭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농장 닭들의 삶은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 닭들은 하루 종일 산 속을 노닙니다.
벌레나 아카시아 잎 같이 입맛에 맞는 먹이를 마음껏 쪼아 먹다가, 몸이 간지러우면 흙을 깃털 속에 밀어넣어서 목욕도 합니다.
달걀은 자기가 낳고 싶을 때, 짚풀 산란장에 찾아와 낳도록 해놨습니다.
이런 동물 복지 농장은 국내에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널찍히 트인 축사에도 바닥엔 푹신한 톱밥을 깔고, 장난감으로 타이어도 걸어놨습니다.
돼지들도 호기심 많고, 활달한 본성 그대로여서 사람만 보면 장난을 겁니다.
결국 몸도 건강해서 작년 구제역 때도 이 농장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손이 많이 가는 만큼 가격이 비싸다는 것.
하지만 소비자들의 약 80%는 그래도 건강하니까 동물복지형 축산물을 사겠다고 답했습니다.
[최은숙/주부 : 아무래도 활동량이 있는 닭들이 조금 더 건강하지 않을까 싶어서? 비싸도, 그래도 애기가 먹을 거니까.]
동물이 행복해야 사람에게도 좋다는 인식이 우리 농촌과 식탁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승원, 김태훈, 영상편집 : 김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