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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월하정인도, 달 모양에 이런 비밀이

<8뉴스>

<앵커>

달빛 아래 두 남녀의 밀회를 그린 신윤복의 대표작 월하정인도는 19세기 초에 그렸다고 추정만 하고 있을 뿐 정확한 연도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에 나오는 달의 모양을 분석해 18세기 말에 그렸을 거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조각달이 낮게 뜬 밤, 담모퉁이, 쓰개치마를 다소곳이 쓴 여인과 호사스런 옷차림의 남자가 등불에 의지해 밀회를 즐깁니다.

혜원 신윤복의 대표작이자 국보 135호인 '월하정인도'입니다.

그런데 19세기 초에 그렸을 거라는 지금까지의 추정을 뒤집는 근거는 그림 속 달의 모양에서 출발합니다.

[이태형/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 : 위로 볼록한 이 달은 월식때만 일어날 수 있는데요, 사실은 밤 12시 경에 월식으로써 위 아래가 가려지는 경우는 개기월식 때는 불가능합니다.]

그림 속에 적힌 시간은 야3경, 자정으로 달이 가장 높이 뜨는 시간인데, 처마 끝 정도로 낮게 걸려 있는 건 계절이 여름임을 말해줍니다.

여름밤 부분월식이 진행중인 보름달을 보고 그렸다는 얘기입니다.

신윤복의 활동시기인 18세기 중반부터 약 백년간 여름철 서울에서 일어난 부분월식은 2건, 1784년 8월 30일과 1793년 8월 21일입니다.

승정원 일기에는 1784년 8월 30일엔 비가 왔지만, 1793년 8월 21일에는 월식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컴퓨터로 재현한 이날의 월식은 그림 속 달 모양과 똑같습니다.

혜원이 생각없이 그린 달이 아니라면 월하정인도는 18세기 말인 1793년 8월 21일 부분월식을 보고 그렸을 거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새벽을 배경으로 그린 그의 또 다른 그림 '야금모행'에서도 혜원은 그믐달을 정확하게 그려 날카로운 관찰력을 보여줍니다.

기록으로 확인 할 증거는 없지만, 현대 천문학은 미궁에 빠진 국보그림의 나이를 분석하는데 설득력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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