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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대회 '범죄의 온상'…안일한 대처 화 키워

<앵커>

선수들의 열정에 팬들은 감동합니다. 각본없는 승부에 팬들은 매료됩니다. 그런데 조작된 승부였다? 이건 추악한 범죄입니다.

스포츠부 손근영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선수 자살, 충격이 정말 큰데, 그만큼 승부 조작이 많고 관련자도 많았다는 얘기입니까?

<기자>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파문이 확산될 것이라는 게 축구계의 판단입니다. 일부에서는 "16개 구단 가운데 관련되지 않은 구단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 이런 걱정스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 얘기가 들리는데, 검찰 수사는 얼마나 진척됐습니까?

<기자>

일단 창원지검은 현재 혐의를 받고 있는 대전과 광주 두 개 구단의 수사만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혐의가 나올 경우 계속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요, 승부 조작이 가까운 선후배 사이에서 점조직 형태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자살한 정종관 선수는 지난 2004년 전북에 입단해서, 최근에 구속된 광주의 성 모 골키퍼를 1년 선후배 사이로 만나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정종관 선수는 경남 출신의 승부조작단 브로커 김 모 씨와는 고교 축구팀의 선후배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 군 검찰에 구속된 상무의 김동현 선수는 대전 소속으로 구속된 박 모 선수와 연결돼 있는데, 이 두 선수는 2009년 상무에서 팀 동료로 함께 뛰면서 친분을 쌓고 검은 유혹에 빠져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승부조작이 선수들의 친분에 따라 점조직 형태를 띠면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요,  검찰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고, 프로축구 선수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원래 승부조작 소문이 예전부터 있었던 거 아닙니까? 그리고, 3부리그에선 적발된 적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막을 수 있었던 건데요.

<기자>

그렇죠. 말씀하신대로 2~3년 전부터 축구계에선 계속 이런 소문이 돌았는데요, 구단들은 의혹이 나올 때마다 단호하게 조치하기 보다는 우리 구단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덮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넘어가는데 급급했던 게 사실입니다.

승부 조작 혐의로 군 검찰에 구속된 상무의 김동현 선수는 국가대표 출신의 스타급 선수인데도 지난 6년 동안 K리그 4개 팀을 옮겨다녔습니다.

광주의 성 모 골키퍼는 3개 팀에서 뛰었습니다.

이건 무슨 얘기일까요?

승부 조작 의심이 들 때 구단들은 이처럼 해당 선수들을 다른 팀에 보내거나 방출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덮어왔습니다.

철저한 조사나 단호한 징계는 하지 않고, 그저 자기 구단 소속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쉬쉬하고 넘어간 겁니다.

예방 교육은 형식적이었고, 승부 조작 가능성이 높아도 선수가 부인하면 그냥 넘어가는 게 관례였습니다.

그래서 일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프로축구 구단 : 관계자 감독하고 선수들이 면담했는데 관련된 것이 하나도 안 나오고 전혀 그런 일이 없다니까 답답 노릇이죠. 한계성이 있겠죠.]

검은 돈 유혹에 쉽게 넘어간 선수들의 윤리 의식도 문제입니다.

심지어 승부 조작으로 받은 돈으로 자기팀 경기에 베팅까지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규리그에선 승부 조작이 별로 없었고, 컵대회에선 많았다 이건 왜이렇습니까?

<기자>

아무래도 컵대회의 경우는 관심이 좀 떨어지고요, 주중에 하고, 구단 입장에서도 1군 선수들보다는 1.5군 선수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브로커들에게는 컵대회가 정말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골키퍼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인데 뒤늦게 몸을 날리죠.

이 골기퍼는 멍하니 선 채로 골을 먹습니다.

수비수들은 헛발질도 하고요, 이런 장면은 컵대회에서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후보 선수들이 주로 나서는 컵대회는 정규리그에 비해 관중도 적고 미디어의 노출도 떨어져 도박 브로커들이 활개치는 범죄의 온상이 됐습니다.

컵대회를 주관하는 프로축구연맹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뒤에야 집행부가 나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정몽규/프로축구연맹 총재 : 국민 여러분과 K리그 팬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사죄는 했어도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컵대회 취소나 리그 잠정 중단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특단의 조치는 아직 없습니다.

그저 말로만 재발 방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프로연맹은 오늘(31일)부터 1박 2일간은 16개 구단의 전체를 모아놓고 비리 근절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는데 과연 실요성이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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