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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만 원 넘는 통돌이, 자물쇠로 꽁꽁 묶여 방치

<8뉴스>

<앵커>

어린이집에는 화재에 대비해 '통돌이'라고 불리는 미끄럼틀 형 대피시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무용지물이거나 오히려 아이들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수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구립 어린이집입니다.

놀이공원 미끄럼틀 처럼 보이는 시설물이 3,4,5층부터 땅으로 설치돼 있습니다.

흔히 통돌이라 불리는 것으로 놀이기구가 아니라, 불이 나면 아이들이 타고 내려와야 하는 대피시설입니다.

하지만 정작 출구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습니다.

건물 안 입구는 이중 창문에 방범창까지 덧대 긴급 상황에는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거기다 지면과 거의 수직으로 설치돼 대피하다 오히려 다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어린이집 원장 : 전혀 못 써요. (경사가 심해) 죽으라고 내동댕이 치는 건데…. 그래도 안 하면 구청에서 벌금형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부랴부랴 2천만 원 들여서 설치한 거죠.]

다른 어린이집은 아예 쇠창살로 출구를 막아놨습니다.

시정명령 대상이지만 단속이 이뤄진 적도 없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 :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통돌이를) 타고 올라와 서 한번 문제가 있었거든요.]

이런 미끄럼틀형 대피시설은 재질이 플라스틱이어서 불에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불에 태운지 3분만에 이렇게 큰 구멍이 뚫렸는데요, 연소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 때문에 아이들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 불장난을 하던 어린이가 안에서 질식해 숨진 사고도 있었습니다.

이런 미끄럼틀형 대피시설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보건복지부는 2009년부터 원통형 대신 내연소재로 만든 개방형 미끄럼틀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원통형을 설치한 기존의 어린이집은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무용지물인 대피시설이 전국 수천 곳의 어린이집에 방치돼 있는 셈입니다.

(영상취재 : 김명구, 인필성, 영상편집 : 최진화, VJ : 황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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