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새해 소망,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여기 너무나 평범하지만 간절한 새해 소망을 가진 한 어머니가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환자복 대신, 두터운 외투며 목도리까지 외출복을 차려입는 42살 조희경 씨.
치료 때문에 10개월째 병실에 머물던 희경 씨가 어렵게 하루 외박 허가를 받았습니다.
[조희경(42세)/화상 환자 : 저희 집에 공주님 두분이 계신데..딸 둘과 새해 맞고 싶어서(가고있어요)]
지난 2월 희경 씨가 근무하던 사무실에 밀린 임금을 달라며 한 가족이 불을 지르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전신 20% 중화상에 옛 얼굴까지 잃은 희경 씨.
이혼한 뒤 혼자 돌봐온 두 딸이 놀랄까봐 9개월간 차마 앞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에서야 어렵게 용기를 내 처음 만났지만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조서진(6세) : 엄마. 못 알아보겠어요. (못 알아보겠어요? 엄마 다쳐서 그래.) 그런데 (엄마) 조금 무서워요.]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상담치료장면/ (엄마가) 아픈데, 징그러워서 좀비 같아요.]
이번이 세번째 만남.
두렵지만 지난 번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누릅니다.
씩씩한 첫째와 달리 둘째는 또 문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엄마 보기 싫어.]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울다 지친 서진이가 새옷을 샀냐는 희경 씨의 물음에 문 뒤로 빼꼼히 고개를 내밉니다.
[조희경(42세)/화상 환자 : 연보라색이야? 엄마가 잘 안 보여. 조금 가까이 와주면 안 될까?]
함께 제일 좋아하는 야광별을 벽에 붙이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옆을 떠날 줄 모릅니다.
어느덧 9시, 잠자리에 누운 희경씨는 두 천사의 손을 꼭 쥐어봅니다.
[우리 엄마 많이 아파요. 엄마 빨리 낫게 해주세요.]
새해 아침, 지난 해처럼 두 딸의 한복을 직접 입혔습니다.
다친 후 처음 손을 잡고 집 밖 놀이터까지 나가보고, 희경 씨 가족은 일상적인 아침을 되찾았습니다.
희경 씨의 올 한해 소원은 누구보다 평범하지만 그만큼 간절합니다.
[조희경(42세)/화상 환자 :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곳을 갈 수 있다는 행복 되찾고 싶고. 가족을 되찾고 싶고.]
(영상취재 : 배문산,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