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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피격 흔적…대피소서 지낸 '악몽의 하룻밤'

<8뉴스>

<앵커>

이렇게 갑작스런 포격에 놀라 상당수의 주민들이 육지로 빠져나왔지만 아직 섬에 남아있는 주민들은 언제 또 포탄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악몽같은 밤을 보냈습니다.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연평도 주민들의 삶의 터전,  그 참혹한 현장을 최고운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다리, 그 옆구리 한가운데를 포탄 한방이 뻥 뚫어놨습니다.

회색 콘크리트 사이로 가느다란 뼈대만 앙상히 남았습니다.

단층짜리 가옥 정수리 한가운데도 날카로운 포탄의 흔적이 선명합니다.

벽에는 작고 촘촘한 상처를 남겼고, 방 안에서 뻥뚫려버린 천정 틈엔 흉물스런 철제가 위태롭게 늘어져 있습니다.

포탄은 아이들이 뛰어 놀았을 골목길마저도 움푹 패어놓았습니다.

[연평도 주민 : 포탄이 두 발 정도 떨어졌습니다. 떨어지면서 연쇄적으로 같이 맞았어요.]

하루가 지났지만 화마는 아직도 연평도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흙더미 속에 꼭꼭 숨어버린 불은 소방관이 곡괭이로 뒤집어 찾아내도 꺼질 줄을 모릅니다.

포격을 피해 정신없이 들어온 대피소.

열평 남짓한 공간은 이미 꽉꽉 들어찬 주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대피소 자체가 온기하나 없는 냉골인데다 매캐한 화약 연기마저 비집고 들어와 주민 대부분이 잔뜩 웅크렸습니다. 

[조순례/연평도 주민 : '다다다다' 하니까 아이가 막 우니까, 여기저기서 우니까 일단 내 아이를 끌어 안았어요. 끌어안고 아이를 막 달랬지. 괜찮아, 괜찮아…]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에 임시로 연결한 백열등, 심지어 손전등 몇 개로 칠흑같은 어둠을 이겨내야했던 대피소도 있었습니다.

[김용녀/연평도 주민 : 담요를 부대서 가져다 주는지 어떻게 하는지, 한 장씩 줘서 대피소에서 그거 뒤집어 쓰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

포탄이 터질 때마다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흔들리는 천장, 화장실과 급수대 하나 없는 열악한 시설,

언제 계속될 지 모르는 북한의 공격에 대한 불안을 견디기에 대피소는 공포와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오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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