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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보다 못한 생활…굴속에 갇혀 잊혀진 강제징용

<8뉴스>

<앵커>

올해가 경술국치 백년이 되는 해이고, 내일(1일)이 삼일절인데 일제에 끌려가 외롭게 죽어간 조선인 징용자들의 역사는 잊혀만 가고 있습니다. 일본 유일의 강제 징용 기념관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은채 1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일본 교토에서 한지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본 교토 북쪽, 망간 광산으로 유명했던 단바시 외곽 산속에 '단바 망간기념관'이 있습니다.

폭 1미터도 안되는 좁은 갱도에는 망간을 채굴하던 광부들의 모습이 마네킹으로 재현돼 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의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끌려온 한인들입니다.

줄잡아 3천여 명에 이르는 한인들은 여기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사고로, 또 진폐증으로 속절없이 죽어 갔습니다.

[이용식/단바망간기념관 관장 :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은 한 평에서 2~3 명씩 잤다고 했어요. 음식은 항상 선 채로 먹고요.]

이 기념관은 강제징용 한인들의 한맺힌 역사를 알리기 위해 지난 1989년, 강제징용 2세인 고 이정호씨가 평생 모은 20억 원을 들여 건립했습니다.

이 씨는 6년뒤 숨을 거두면서 까지 기념관의 보존을 아들에게 신신당부 했습니다.

[이용식/단바망간기념관 관장 : 아버지께서 당신이 죽어도 장례식을 치르지 말고 돈을 모으라고 하셨어요. 박물관은 돈 들어갈 곳이 많으니깐 연금이나 보험금도 모아 두라고 하셨죠.]

그동안 다녀간 관람객은 20여 만 명, 강제징용 자체를 처음 알게된 일본인들도 많았습니다.

[스키무라 나오코/3월여성행동모임 간사 : 그런 강제노동이 있는지 몰랐어요. 일본의 식민지배나 강제노동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런 기념관은 절대 없애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하나밖에 없는 이 강제징용 기념관은 극심한 자금난으로 20년만인 지난해 5월 문을 닫아야만했습니다.

매년 8천만원 가까운 적자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한때 재건움직임이 있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용식/단바망간기념관 관장 : 이런 역사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은 이런 나쁜 역사를 남겨두고 싶어하지 않고 지우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경술국치 100년, 일제 징용한인의 한맺힌 역사는 어두운 굴속에 갇힌 채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VJ : 김준호, 영상편집 : 문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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