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진한 사랑이 그대로 녹아있는 한 사진집이 최근 20년만에 복간되자마자 초판이 매진되는 등 화제입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7~80년대의 향수를 느껴보시죠.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1964년, 윤미가 태어났습니다.
눈이 큰 아이였습니다.
10평짜리 마포 아파트에서 조촐한 백일잔치를 열어줬습니다.
무럭무럭 자란 윤미는 없는 찬에도 양은냄비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동네 언니들 공기놀이에 끼었다가 혼이 난 윤미는 그날 저녁 내내 울었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따라 시장도 다니고 밥 짓는 걸 구경하며 조금씩 세상을 알아갔습니다.
사진집 '윤미네 집'은 세월의 퇴적 자체가 감동입니다.
아마추어 사진가였던 전몽각씨가 딸의 성장 과정을 찍어 20년 전에 출간했는데 절판 상태였다가 최근 복간했습니다.
그동안 이 사진집을 애타게 찾는 사람이 많아 나오자마자 초판 2천 부가 매진됐습니다.
[최재균/출판사 대표 : 전설의 사진집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우리나라 아마추어 사진의 한 전범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아기 티를 완전히 벗은 윤미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안 하던 공부에 지치기도 했지만 엄마 그리고 두 남동생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워했습니다.
교복을 입을 나이가 됐습니다.
키가 엄마만큼이나 자랐습니다.
곧 숙녀티가 나는 대학생이 되는가 싶더니, 금세 여대를 졸업했습니다.
윤미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그때 나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내가 사진집을 출간했을 때는 윤미가 결혼해 미국으로 떠난 뒤였습니다.
[이문강/윤미 씨 어머니 : 이 사진집을 받고 애가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객지 생활도 그렇고 또 집 생각도 나고 이런.]
아버지는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갈 때까지 늘 카메라 뒤에서 지켜봤지만, 4년 전부터는 이 세상에서는 더이상 윤미를 찍어줄 수 없게 됐습니다.
대신 이 사진집 한 권 남겨두었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김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