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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피맛골 '빈대떡집', 통째로 박물관 옮긴다

<8뉴스>

<앵커>

서울 종로의 피맛골이 재개발되면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빈대떡집이 오늘(5일)을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이 식당은 통째로 박물관에 보존된다고 합니다.

보도에 유병수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종로구 청진동 277번지, 해방직후 문을 열어 65년간 피맛골을 지켜 온 빈대떡집 '청일집'에 녹두빈대떡의 구수한 향기가 가득합니다.

다음주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문을 연 날, 오랜 단골 어르신들부터,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온 젊은 손님들까지, 마지막 빈대떡 맛을 보러 온 손님들로 빈자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40년 단골 노신사는 막걸리잔을 부딪치며 추억에 젖습니다.

[이명휘(64)/43년 단골손님 : 이집은 내가 67년도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그 때 뭐 대학교 1학년 때 였으니까…]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란 피마에서 알 수 있듯 피맛골은 민초들의 서민들의 거리였습니다.

이곳에서 서민의 음식을 평생 만들어 온 안주인도 손때 묻은 곳이 없어진다는 게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임영심/'청일집' 사장 : 너무 배가 고파서 여기와서 우는 모습을 봤어요. 그런데 이 추억이 없어진다니까 찡해요, 찡해…]

벽면에 가득 찬 낙서들, 찌그러진 막걸리잔과 빈대떡 조리기구, 그리고 나무탁자와 의자들.

이곳에 남은 서민들의 추억은 박물관에 그대로 보존됩니다.

[강홍빈/서울역사박물관장 : 이제 남아있는 집, 오래된 집, 익숙한 동네가 있기 때문에 도시가 고향이 되는 거 같습니다. 청진동이 그런 동네였고, 청일집이 그런 장소였습니다.]

고 손기정 선생이 타계 전, 황영조 선수와 막걸리를 함께했던 자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의원 시절 나란히 앉아 빈대떡을 먹었던 자리.

청일집의 만남은 살아있는 현대사이기도 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홍종수, 공진구, 영상편집 : 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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