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개발 논리에 갚진 유산 잃나…사라지는 '옛길'

<8뉴스>

<앵커>

빼어난 풍광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옛길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개발 논리에 치우쳐 갚진 유산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길 시리즈 마지막 순서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김흥수 기자입니다.



<기자>

길게 뻗은 낙동강 줄기따라 가을 산이 병풍처럼 이어졌습니다.

물과 맞닿은 가파른 벼랑은 짐승하나 다닐 것 같지 않지만, 여기로 사람이 갑니다.

한 폭 남짓한 벼랑길은 구불구불 4km나 이어집니다.

이 곳 사람들은 '개나 다닐 수 있는 좁을 벼랑길'이라고 해 예부터 '개비리'라고 불러 왔습니다.

이제는 인적드문 뒷 길이 돼버렸지만 민초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길이었습니다.

[김진옥(74)/경남 창녕군 : 소 사가지고 밤에 이 길로 다니고 했어요. (혼삿길도 됐겠네요?) 그럼. 그땐 그랬지.]

아름다운 풍광과 사적 가치를 고려해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해당 지자체는 이 길을 넓혀 찻길을 낸다는 계획입니다.

[신정일/우리땅걷기 대표 : 이땅에 살았던 민중들의 삶과 또는 생활이 다 들어있는 길이거든요. 이러한 길을 걸음으로 해가지고 우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옛날 영남지방 사람들은 서울로 가자면 이 길을 꼭 걸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 이름도 '서울 나들이 마을'입니다.

[박복수(90)/경북 구미시 : 서울가는 큰 길이라고 해서 서울나들이 길이야. 장돌뱅이도 다니고 서울 과거보러 가는 사람도 다니고 그랬지뭐….]

아직도 곳곳에 옛길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인근 산업단지가 확장되면서 마을 전체가 이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옛길들은 대부분 이렇게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엄원식/문경시 학예연구사 : 향후에 20~30년 뒤에는 이런 길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봅니다. 이런상황에서 길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문화재를 지정하고, 관리를 해야만이 옛길을 보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길도 문화재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2년 전 처음으로 전국의 옛길 4곳이 명승지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지만, 이후로는 추가 발굴작업에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