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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 반, 두려운 반"…개방 교도소의 큰 실험

<앵커>

담장없는 교도소로 유명한 천안 개방교도소에 수감자들의 출소 후 삶을 돕기 위한 사회적응 훈련원이 최근 문을 열었습니다.

모범수들이 사라진 교도소 담장처럼 마음의 담장도 걷어냈는지 김지성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54살 김모 씨는 살인범입니다. 

지난 1996년 술을 마시다 사소한 시비 끝에 회사동료를 살해한 죄로 수형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13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여든이 넘은 노모와 당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가석방이 예정된 내년 2월이면 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와 딸을 만나게 됩니다. 

[김모 씨/수형자 : 딸은 구치소에 수감되고 나서 보지를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어머님 안마 열심히 해드리고 딸 결혼식을 좀 서두르고 싶습니다.]

지난달에는 천안 개방교도소로 옮겨왔습니다.

이곳은 6개월 전후로 가석방이 가능한 모범수를 수용하는 곳으로 지난달에는 사회적응 훈련원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취업 정보부터 현금인출기 사용법까지 사회 복귀에 필요한 여러 교육이 이뤄집니다. 

김 씨같은 수형자들에게는 세월의 간극이 너무도 크기만 합니다.

[김모 씨/수형자 : 어떻게 여는 거야? (사용해 보신 적 있나요?) 없죠.]

나름대로 기술도 배우고 취업 서적도 유심히 읽어 보지만 아직은 두려움이 더 큽니다. 

[김모 씨/수형자 : 남한테 의지 안 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떻게 될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사실, 걱정되고요.]

나지막한 울타리만으로 세상과 맞닿아있는 개방교도소의 2백40명의 수형자들은 마음에 둘러쳐진 높은 담장과 철조망을 거둬내면서 하루하루를 설렘 속에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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