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봉하마을을 떠날 때도 검찰청에 도착할 때도 노 전 대통령에게는 최대한 말을 아끼겠다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청와대 방탄버스를 이용한 서울행은 영화 장면 같았습니다.
봉하마을에서 검찰청까지 김정윤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아침 7시 59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형 건평 씨 검찰 조사에 대해 방문객들에게 입장을 밝힌지 넉달여 만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선 뒤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국민들에게 짤막한 소회를 밝힐 때는 눈가에 눈물이 스쳤습니다.
[노무현/전 대통령 :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8시 2분,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제공한 16인승 방탄 버스를 타고 상경길에 올랐습니다.
버스는 당초 호남과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려 했지만 사전에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경로를 급히 바꿨습니다.
경호 차량 5대가 버스를 에워싸며 서울까지 호위했고 뒤로는 언론사 차량 10여 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취재 경쟁을 벌였습니다.
버스는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벌이며 남해와 중부 내륙,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등 4개의 고속도로를 갈아 탔습니다.
쉼없이 달리던 버스는 낮 12시 19분, 충남 천안시 입장 휴게소에서 10여 분간 멈췄지만 노 전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재인/전 청와대 비서실장 : 오늘은 이제 가시는 동안에, 너무 마음이 무거우시지 않도록 저희가 가급적 가벼운 이야기, 취미라든지 뭐 그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점심은 김밥으로 해결했습니다.
목적지 대검찰청까지 걸린 시간은 5시간 17분.
숨가쁘게 달려 왔지만 노 전 대통령에게는 길게만 느껴졌을 천리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