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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만화의 장인, 만화가 백성민 씨

<8뉴스>

<앵커>

만화가 예술과 산업으로 각광받는 시대지만, 전업 만화가로 사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고 합니다. 오늘(14일) 주말 인터뷰에선 힘이 느껴지는 역사만화를 통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만화가 백성민 씨를 만났습니다.

이주형 기자입니다.

<기자>

먹물을 삼킨 붓이 한달음에 백지를 가로지르면 만화의 새로운 경지가 펼쳐집니다.

1분여 만에 완성된 말은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습니다.

만화가 백성민.

허영만 씨와 더불어 현역 만화가 중 최고참으로, 80년대 후반 황석영 원작의 <장길산>, 98년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은 <토끼> 등의 작품으로 가장 한국적인 선을 구현한 역사 만화가로 이름 높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은 그를 잘 모릅니다.

바로 쟁이 기질 때문입니다.

유명 만화가라면 당연히 있을법한 문하생도 없습니다.

[백성민/만화가 : 선 자체가 붓선 비슷한 선을 쓰기 때문에 젊은 아이들이 그걸 따라오질 못해요.]

100% 본인이 직접 그리니 대량생산이 안돼 돈도 못벌고.

[백성민/만화가 : (생활할 정도 돈은 버셨어요?) 그렇지가 못했죠. 그러니까 집을 팔아서 이제 시골로 내려갔으니까.]

집을 팔고도 만화에 대한 욕심은 팔아버리지 못했습니다.

[백성민/만화가 : 좀 정직한 그림이 아니라 자꾸 이제 화장을 하게 되고, 그림에 치장을 하게 되는 그림을 자꾸 그리게 되더라고요. 이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한 몇 년을 어떤 한가지 소재를 가지고 거기에 매달렸는데.]

성경을 한국적인 만화로 그려내려 3년 동안 매달렸지만 결국 실패.

[백성민/만화가 : 엄청난 고통을 겪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모든 게 자유스러워지더라고요.]

이런 홍역을 거쳐 자연스러우면서 칸에 얽매이지 않는 그만의 만화가 탄생했습니다.

[백성민/만화가 : (선생님 그런데 이게 만화인가요? 이게 어떤 그림인가요?) 제가 보기는 만화그림입니다. 만화쟁이들 같으면 지금 그리는 그림하고 또 다르게 좀 더 자유스러운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하는 게.]

백 선생은 최근 만화가로는 처음으로 한 지자체 박물관의 역사 기념화를 의뢰받고, 세계 각국의 신화를 만화화하는데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재능있는 젊은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만화가 백성민.

그는 오늘도 2천 원 짜리 붓으로 학생용 도화지에 묵묵히 그만의 세계를 펼칩니다.

[백성민/만화가 : 무언가 모자람이 느껴지면 그 때부터는 눈으로 보여지는 그림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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