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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23년 비춘 희망의 빛…무인도 등대지기

<8뉴스>

<앵커>

수십 년을 한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킨다는 것.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요. 2008년 마지막 날 테마기획은 20년 넘게 무인도의 등대를 지켜온 등대지기를 만나봅니다.

최희진 기자입니다.

<기자>

어제의 모진 풍랑을 모두 잊은 듯 조용히 잠들어가는 바다.

어스름이 어둠으로 바뀔 무렵, 등대는 하루를 시작합니다.

등대와 23년을 함께 해온 김종환 씨.

오늘도 파도와 어둠에 시달렸을 선원들을 생각하며 밤을 지새웁니다.

선원들에게 등대는 곧 뭍에 이른다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김종환 소장/인천 팔미도 등대 : 인천으로 들어가는 항로의 제일 중심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불을 잠깐이라도 소홀하지 않으면 항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등대지기 인생 대부분을 무인도에서 보낸 김 씨.

그에게 고독은 곧 일상이었습니다.

자녀들이 장성한 덕에 3년 전부터 등대에서 함께 살게 된 아내가 그에겐 유일한 벗입니다.

[박정숙/아내 : 지금은 같이 있으니까 저는 좋은데 육지에 있는 가족들한테 좀 미안하죠.]

[김종환 소장/인천 팔미도 등대 : 아니. 어머니나 애들은 좀 불편해도 내가 좋아졌지 뭐. 미안한 얘기인데.]

등대는 배 뿐 아니라, 한 때 갈피를 못 잡던 그의 인생까지 이끌었습니다.

[김종환 소장/인천 팔미도 등대 : 가장인데 저희 식구들은 저만 쳐다보고 있는데 참 한심했었죠. 그런데 여기 들어와가지고 경제난에 허덕이지 않는 그런 삶을 살게 돼가지고.]

안개 낀 밤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난.

그래도 김 씨는 바다를 환하게 비치는 등대에서 희망의 불빛을 봅니다.

[김종환 소장/인천 팔미도 등대 : 이 어려움이 진정한 나의 삶의 길을 열어주는 그런 계기다하는 마음으로 살면 아마 잘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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