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이후 많은 바다집시들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육지로 이주당하고 바다로 돌아가는 것에 제약을 받고 있다. 태국 사람들은 바다집시를 '차오레이(바다의 사람들)'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들 중 문명을 받아들이고 태국 해안에 집을 지어 정주한 사람들을 '새로운 태국인'이란 뜻의 '타이 마이'라고 호칭한다.
이 타이마이들은 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바다에서 생활하는 모켄은 아직 국적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원래 바다집시가 일하던 바다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주던 곳이었다. 전통적으로 모켄족은 잠수 기술과 작살을 이용하여 고기를 잡아왔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고기만 잡고 잡은 고기를 남에게 파는 법이 없다. 이들이 시장에 내다파는 것은 말린 해삼이나 소라, 조개처럼 바다에서 줍는 것들 뿐이다.
그러나 최근 태국과 미얀마의 저인망 어선들이 대형 그물로 바다를 훑으면서 바다집시가 잡을 수 있는 고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쓰나미 이후 당국은 환경보존을 위해서라며 산호초 지대에서 바다집시의 잠수를 금지시켰다. 바다의 씨를 말린 바로 그 당사자들이 수 천년동안 바다에서 아무 탈 없이 잘 살아온 사람들에게 갑자기 고기잡이를 금지시킨 것이다.
역시 어선들의 조업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도 경비정들이 트롤 어선으로 위장하고 다니다가 잠수로 고기잡이를 하는 바다집시의 배를 적발하면 가차 없는 처벌을 가한다. 자신들이 정당하게 살아오던 일터로부터 마구잡이 불법어로를 일삼는 이주 어민들에게 차여나고 생계를 위해 신분 보장 없이 육지의 광산과 농장에서 일꾼으로 전락하거나 육지의 소작농처럼 미얀마와 태국의 선주들에게 종속되는 바다집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얀마와 태국의 정부는 공통적으로 바다집시를 한 곳에 이주, 정착시키고 이들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 정부는 바다집시들에게 자국의 국적을 부여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삶의 기로에 서게 된 바다집시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SBS인터넷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