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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도 난 듯…'나리'가 할퀴고 간 상처

사망·실종 22명, 이재민 948명 발생

<8뉴스>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11호 태풍 '나리'는 오늘(17일) 새벽 그 세력이 완전히 소멸됐습니다만, 지나온 곳마다 전쟁터같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특히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에 피해가 컸습니다.

먼저, 하늘에서 본 피해 현장, 박세용 기자입니다.

<기자>

태풍 나리가 할퀴고 간 제주 시내는 아직도 흙탕물 투성입니다.

가게에는 온통 흙이 들어찼고 쓸려나온 물건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가재도구를 챙겨보지만 순식간에 닥친 재앙에 주민들은 앞날이 막막할 뿐입니다.

불어난 물에 휩쓸려 뒤엉킨 차량들은 수습할 엄두조차 못 냅니다.

마치 거대한 손톱으로 할퀴고 간 듯 비닐하우스는 처참하게 찢어졌습니다.

계곡 이곳저곳에는 아직도 고립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한 구조활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주도 푸른 바다는 흙탕물이 된 채 아직도 제 색깔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전남 고흥반도로 기수를 돌렸습니다.

어시장 천장은 초속 삼사십미터의 강풍에 모두 날아갔고 시장 한켠에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합니다.

운좋게 살아 남은 고기를 정리하는 어민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고흥에서만 논 2천 7백여 헥타르가 흙탕물에 잠겼습니다.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고 쓰레기를 주워보지만 이미 망친 농사를 되돌릴 수는 없어 보입니다.

택시는 산사태로 끊어진 도로에서 가던 길을 멈췄습니다.

전남 보성에서는 주민들이 살수차를 동원해 도로 청소에 나섰습니다.

장흥에서는 산사태가 민가를 덮쳐 건물이 산산조각났습니다.

집주인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태풍이 소멸한 김천에는 어젯밤 시간당 백밀리미터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낙동강 근처 저지대가 모두 물바다로 변해 복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만 사망 18명, 실종 4명이지만, 피해 집계가 끝나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 382동이 침수돼 94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2만 헥타르 가까운 농작물이 침수됐습니다.

피해 대부분이 제주 지역에 집중됐습니다.

태풍 나리는 규모에 비해 너무 큰 상처를 남긴 채 오늘 자정쯤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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