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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칼럼] 역지사지

<8뉴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장마철입니다.

여러분은 장마철에 뭐가 제일 괴로우세요?

저는 습도때문인지 조금만 방심해도 나는 냄새가 제일 괴롭습니다.

장마 냄새라고나 할까요?  

계절에만 특별한 냄새가 있는게 아닙니다.

세계일주 배낭여행을 할때, 지금은 구호활동하느라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각 나라 사람들에게는 각각의 특유한 냄새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음식이나 기후, 혹은 풍토때문이겠지요. 

냄새를 말로 표현하려니 조금 직설적이고 거칠게 들리겠지만, 예를 들면, 북미나 유럽사람들에게는 고기 내장 삶는 냄새가 납니다.

한 평생 양과 더불어 사는 중동 유목민들에게는 당연히 비에 젖은 양털냄새가 납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는 빙초산처럼 톡 쏘는 냄새가 나고 남미 오지 인디오들에게서는 덜 말린 우산 냄새가 납니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한 아저씨가 동남 아시아인이 지나가니까 “아휴, 오징어 냄새가 나네.” 라고 하며 코를 막았습니다.  

그럼 우리 한국인들은 어떨까요?

저처럼 냄새에 민감한 외국친구들은 한국사람들에게는 시큼털털한 묵은 김치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한 여름에는 이 냄새 때문에 출퇴근 지하철타기가 꺼려질 정도라고요.

아까 그 아저씨가 동남아시아인들에게 느꼈던 것처럼,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인 냄새도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김치, 된장, 마늘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 한국사람들에게 이런 특유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들 고유의 냄새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역지사지.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결점이 내 눈에 거슬릴 때, 나 또한 그와 비슷한 정도의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둔다면 미워할 일도 싸울 일도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요?

장마 비도 시작됐고 날씨도 더운데 말입니다.

(한비야/월드비전 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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