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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따라라" 무죄…'객관성'이 성희롱 잣대

<8뉴스>

<앵커>

회식자리에서 여교사더러 교장에게 술을 따르라고 했다면 성희롱에 해당하는가? 본인이 수치심을 느꼈더라도 객관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성희롱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김정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2년 9월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감으로 갓 부임한 김 모씨는 교사들과 회식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3명의 여교사들에게 "교장 선생님께 술을 따르라"고 2차례 권유했습니다.

이 말에 불쾌감을 느낀 한 여교사가 '성희롱'이라며 여성부에 문제제기를 했고, 김 씨는 성희롱 시정 조치 권고 결정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성희롱이 아니다"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대법원이 세운 성희롱의 기준은 성적 혐오감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성부와 인권위원회는 지금까지 피해 여성의 주관적인 느낌에 근거해 성희롱 여부를 판단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입니다.

문제를 제기한 여교사는 혐오감을 느꼈다고 했지만 함께 있던 다른 여교사 2명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성단체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 지금까지 아주 일상적으로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을 근절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에 역행하는 판단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대법원측은 성희롱의 기준을 분명히 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현철/대법원 공보관 : 성적 의도는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평균적인 사람들의 기준에 의해 성희롱 여부를 판단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판결은 지난 95년 성희롱의 개념이 법률에 등장한 이후 그 기준을 명확히 한 첫 확정 판결로 향후 유사 재판의 준거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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