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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방치된 '간벌목' 수해 키웠다

<8뉴스>

<앵커>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나무 사이사이의 간격을 넓혀주기 위해 베어낸 나무들을 간벌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간벌목이 이번 수해를 더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산에 쌓여있던 간벌목이 떠밀려 내려오게되고 이 나무들이 좁은 계곡이나, 교량에 걸려 물의 흐름을 막게 됩니다.

이 때문에 막혀있던 물길이 급류의 압력으로 한꺼번에 터지게 되고, 이 힘으로 둑이나 교량은 붕괴돼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산불이 났을 때는 말라있던 간벌목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더 큰 불을 내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인 셈입니다.

문제는 간벌목을 제때에 처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인데요, 강원도의 경우 간벌목의 80% 이상이 산 속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간벌목으로 인한 호우 피해의 현장, 이한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인제군 덕적리.

수십채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흘러내린 흙탕물을 타고 거대한 통나무들이 파도처럼 집을 덮쳤습니다.

[박영신/강원도 인제군 덕적리 : 서있던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서 댐같이 됐어요.]

산사태 피해를 입은 마을 뒷산에는 5톤 트럭 한 대 분량씩이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김남훈/강원대 산림공학과 교수 : 산림에 방치되고 있는 간벌목은 이번 장마같은 때는 하천을 범람시키는 나쁜 원인이 됩니다.]

산 속에 쌓여있는 간벌목들은 토사와 낙석에 휩쓸려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았습니다.

집중호우로 토사가 흘러내리고 간벌목한 통나무가 함께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마을 도랑을 막았습니다.

뒤따라 내려오던 통나무들은 도랑을 넘어 마을을 덮쳤습니다.

간벌목한 산림은 비 피해를 크게 입은 덕적리와 하추리 등지에만 1백여 ha.

축구장의 1백배가 넘는 면적입니다.

산림청은 간벌목으로 인한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산림청 관계자 : (간벌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가 그런 고민을 안 해봤지, 있었으면 수해 대비해 고민 해봤겠죠. 거기까지 물이 차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죠.]

산림청은 간벌목한 통나무를 산 아래로 끌어내릴 예산이 부족해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간벌목 통나무만 제때 치웠어도 수천명의 이재민과 수천억원의 재산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수 있었다고 산림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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