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의 한 구청이 공원을 만들기 위해 50억원을 주고 땅을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땅 주인들이 소송을 제기해서 무려 140억원을 더 내놔야할 처지가 됐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김정윤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숲 사이에 '달마을'로 불리는 만 5백평 녹지가 나타납니다.
양천구청은 지난 2001년 이 땅에 주민들을 위한 근린공원을 짓기로 계획했습니다.
일반주거지역이던 이 땅은 지난 1997년 자연녹지 지역으로 용도변경됐습니다.
구청은 이 땅을 자연녹지로 평가하고 50억원에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땅 주인들은 용도 변경 전인 일반주거지역 가격으로 보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 3일 땅 주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길기관/땅주인 측 변호사 : 사유재산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헌법상 정당한 보상을 하게 돼 있는 데, 이번 판결의 경우에도 이런 정당보상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구청이 140억원을 더 물어주게 됐습니다.
구청 측은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의 취지를 거꾸로 해석했다는 주장입니다.
[김백곤/서울 양천구청 건설관리과장 : 개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23조 2항이 신설됐습니다. 23조 2항의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봅니다.]
공원 조성 계획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140억원을 더 부담할 수도 없는 구청.
[오승희/주민 : 공원이 있으면 좋은데 그렇게까지 투자해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구청 측은 2심 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공익을 위한 공원 개발과 사유 재산권 보장 사이에서 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