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테마] "일본 사죄도 못받았는데…"

<8뉴스>

<앵커>

얼마 전 위안부 할머니 한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만 또 한 할머니가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죄 한 마디 못 듣고 가시는 길. 눈이나 편히 감으실 수 있겠습니까?

테마기획, 남달구 기자입니다.

<기자>

수줍게 웃음 짓는 얼굴 너머로 회한과 고통의 세월이 묻어납니다.

올해 83살인 김분선 할머니.

15살 꽃다운 나이에 고무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꾐에 빠진 것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대만으로 필리핀, 마닐라로.

겨우 목숨만 부지해 돌아온 고향이지만 내내 등지고 살아야했습니다.

[김분선 할머니 : (아버지는) 홧병이 나셔서 40대에 세상을 뜨셨어요.]

이제 김 할머니는 한 많은 생을 뒤로 하고 병상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던 할머니들이 외로운 병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용우 할머니 : 이제 갈래. 잊어버려라. 다 잊어버려라. 이제 고이 가거라.]

한 맺힌 응어리는 끝내 풀지 못했습니다.

[내가 2백년 살아서 일본한테 배상 받고 내 청춘을 보상 받을게. 그렇게 해 주겠다고 했잖아.]

악몽 같은 세월을 잊으려 평생을 피운 줄담배는 병상에서도 놓지 못했습니다.

[정순덕/수양 딸 : 몇십 년 태우시던 거니까. 생각이 나시는가 봐요.]

늘 다정하고 정 많은 할머니였지만 일본만큼은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박정희/정신대시민모임 사무국장 : 일본 사람을 갈아 마셔도 성이 안 찬다, 그렇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또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느냐...]

온 몸으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해 온 힘든 영혼은 이제 고통 없는 나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