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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베르미 마을'의 가을풍경

<8뉴스>

<앵커>

우리 주변에는 세월에 밀려서 사라져가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많습니다. 한가위를 맞아 사라지는 옛것들을 추억해보는 순서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전기도 전화도 없는 산골 오지마을의 가을 풍경입니다.

김윤수 기자입니다.

<기자>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 베르미 마을.

찻길이 없어 한 시간 넘게 걸어 들어가야만 하는 산골 마을입니다.

한때는 열집 넘게 모여 살았지만 하나 둘 떠나고 이제 한 집만 남았습니다.

58살 동갑내기 박준극 씨 부부.

아들 딸 모두 도시로 보냈지만 부부는 5대째 뿌리 내린 고향을 떠나지 못합니다.

[박준극/베르미 마을 주민 : 남의 소리 안 듣고, 제일 편해. 밥 되면 밥 먹고 죽 되면 죽 먹고...]

집안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디딜방아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입니다.

[최영순/박준극 씨 부인 : 아들네 딸네도 좀 주고... 요새 젊은 애들 이런 거 해 먹을 줄 알아요?]

오후 6시만 되면 짙어지는 어둠.

오지마을의 가을에는 추위가 빨리 찾아듭니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풍구가 불길을 돋웁니다.

낡을 대로 낡았지만 박씨는 평생을 같이 한 풍구를 버리지 못합니다.

[박준극/베르미 마을 주민 : 부엌에 불 넣는 데 필요하거든요. 윗대 어른들부터 쓰던 거라서 몇 년 됐는지 모르지.]

전기도 전화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마을.

빛이라고는 호롱불이 전부입니다.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 라디오.

유행가 한 자락에 두메산골의 밤은 깊어갑니다.

[(적적하지 않으세요?) 적적한 건 없지. 어찌됐든간에 전기나 좀 들어오게 해줘요. 전기만 들어오면 난 속이 다 시원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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