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서울 시내에서는 빨강이나 초록의 원색 바탕에 큼지막한 영어 알파벳을 써넣은 시내버스들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발맞춘 참신한 디자인이라는 데, 정작 미국인도 몰라봐서 실소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조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새로운 디자인의 시내버스입니다.
원색 바탕에 옆면에는 영어 알파벳이 크게 적혀 있습니다.
7월 버스운행 체계 개편을 앞두고 노선별 버스를 쉽게 구별하도록 하기 위해 디자인을 새로 바꿨다는 것이 시청의 설명입니다.
[시청 담당 공무원 : 색상과 가장 어울리는 간단한 심벌로 사용한 거예요. 알아보기 쉽지 않겠어요? 외국 그렇고, 내국인도 그렇고.]
국제화에 맞춰 영어를 썼다는 것인데, 정작 승객들의 반응은 다릅니다.
[최윤경/서울 목동 : 색깔은 참 예쁜데요, 저렇게 알파벳으로 써놓은 것은 이해도 안되고, 보기 안 좋은거 같아요. ]
[찰스 클린턴/미국인 : 무엇의 약자인지 묻는 건가요? 잘 모르겠는데, 설명해주겠어요? ]
이렇다보니, 노선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우리말을 쓰자는 주장이 거셉니다.
[이건범/한글문화연대 :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면 걸맞는 우리말로 표현하는 게 좋고, 아름다운 모양을 위해서라면 한국이나 서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문양으로 바꿔야한다.]
서울시내 버스는 8천 5백여대, 채색 작업에 책정된 예산만도 42억원입니다.
이미 정한 디자인은 앞으로 10여년은 다시 바꾸기도 어려워, 시민들의 걱정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