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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허술한 보안의식'

<8뉴스>

<앵커>

한 도둑이 훔친 통장과 위조한 도장으로 시중은행 두곳에서 버젓이 돈을 빼갔습니다. 통장주인이 인출전에 분실 신고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시중은행의 허술한 보안의식을 기동취재 김태훈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남자가 은행 창구로 다가섭니다.

장갑을 낀 왼손으로 통장과 출금표를 창구 직원에게 건넵니다.

잠시 뒤 이 남자는 530만원을 찾아 봉투에 담고는 유유히 은행을 빠져나갑니다.

10분쯤 뒤 이 남자는 똑같은 복장으로 근처의 다른 은행에 들어가서 4백만원을 인출했습니다.

이 남자가 돈을 찾은 통장들은 같은 날 새벽 2시쯤 서울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졌던 승용차 안에서 도난당한 것들입니다.

통장 비밀번호가 통장 주인의 휴대폰 번호로 돼있는 바람에 도둑은 쉽게 돈을 빼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행측의 허술한 보안의식은 더 큰 문제였습니다.

먼저 모자와 장갑같은 수상쩍은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은행측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돈을 뺄 때 사용한 위조 도장과 통장에 찍힌 인감 도장을 제대로 대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은행측은 문제가 없었다고 발뺌만 합니다.

[은행원 : 청구서를 받게 되면 통장에 찍힌 도장하고 청구서에 찍힌 도장을 비교해서 육안으로 봐서, 세심한 주의를 해서 틀림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급했습니다.]

또 통장주인 이모씨가 통장 분실신고까지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씨는 두번째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전인 오전 9시50분쯤 통장 분실 사실을 은행에 전화로 알리고, 10시10분쯤 직접 찾아갔지만 통장은 비어 있었습니다.

은행측은 책임을 이씨에게만 떠넘기고 있습니다.

[은행원 : 본인이 분명하게 이거는 분실신고를 빨리 해주라는 의사표시가 없었구요. 단순하게 통장을 재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만 물어봤습니다.]

[이씨 : 분실신고 하면 은행에서 거래정지를 다해주는 줄 알았지, 내가 따로따로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위조된 도장은 구분조차 못하고, 통장 분실신고를 해도 나 몰라라 돈을 내준 은행.

철석같이 은행을 믿었던 고객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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