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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죄는 미워도...

택시기사와 10대 청소년 강도 이야기

<8뉴스>

<앵커>

따뜻한 미담을 뉴스 말미에 전해드리던 테마기획, 오늘(10일)은 조금 일찍 전해드립니다. 며칠전 한 10대 택시강도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어린 피의자와 피해자인 택시운전사의 사연 박정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택시 운전을 하는 48살 이창수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새벽 황당한 사건을 당했습니다.

10대로 보이는 승객이 강도로 돌변해 손가락에 상처를 입히고 3만원을 털어 달아났습니다.

[이창수/택시운전사 : 황당했구요, 어린 아이한테 그런 범행을 당하니까 분하고 괘씸하더라구요.]

이씨는 회사도 쉬어가며 경찰과 함께 두 달 동안 서울 강동구 일대를 훑고 다녔습니다.

마침내 지난 6일 용의자 18살 문모군이 잡혀왔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문군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나자 이씨의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문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교도소에 있었기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습니다.

생활보호 지원도 끊기고 일자리도 찾기 힘들어 누나와 둘이 사는 문군은 끼니 거를 때가 많았습니다.

[문모군/택시강도 피의자 : 계속 안 먹고 다녔어요. 아무것도 못 먹고. 물도 만날 수돗물만 마시고 있었어요.]

이씨는 문군의 사연이 사실인지 확인하러 나섰습니다.

월세 30만원짜리 옥탑방은 석달째 방세가 밀렸고, 바닥은 냉골이었습니다.

[보고왔는데 마음이 너무 안좋은거에요. 안쓰러운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잤습니다.]

이씨는 어제(9일) 다시 문군 집을 찾아가 누나에게 10만원을 건네줬습니다. 문군을 조사한 경찰관도 이씨와 함께 라면과 이불을 전했습니다.

[용기를 가지시라고 제가 여기 방문하게 됐습니다.]

익숙치 않은 관심과 온정에 남매는 목이 멥니다.

[했던 일이 다 후회되고 죄 값 받고 누나 고생 안시키고 편하게 지내게 해주고 싶어요.]

자신도 넉넉하진 않지만 어려운 남매를 계속 돕겠다고 중년의 택시 운전사는 마음을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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