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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2003년

<8뉴스>

<앵커>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대형 사건 사고에다 사회적 갈등과 혼선이 깊어졌고 부정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 경제인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서민들에게는 더욱 살기 힘든 한해였습니다.

박병일 기자가 격동의 2003년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한 정신 이상자의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빚어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미숙한 초기 대응으로 무려 192명이나 목숨을 잃는 엄청난 재앙이 됐습니다.

일주일 뒤, 우울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대통령 취임식.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와 개혁'을 내걸며 힘찬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억눌렸던 욕구와 이해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온 사회가 갈등에 휩싸였지만 정부는 무기력하게 끌려 다녔습니다.

지난 6년간 사라졌던 화염병이 다시 난무하고 사제총까지 동원된 격한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올 10월까지 집계된 시위건수는 8,666건. 하루 평균 28건의 시위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노 대통령 : 이렇게 가다가는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생깁니다.]

위도 원전센터 건립과 새만금 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은 혼선을 거듭하며 상당 기간 표류했습니다.

급기야, 새만금 사업은 공사 중단 판결까지 겹치면서 장관이 사퇴했고, 위도 원전센터는 전면 백지화됐습니다.

경제도 곤두박질쳤습니다. 사상 최대의 실업률은 '이태백', '사오정'이란 신조어까지 만들며 서민을 실의와 절망에 빠뜨렸습니다.

특히 청년 실업율은 8.3%로 IMF 당시 수준에 육박했습니다.

신용 불량자 4백만명. 카드 빚에 허덕이던 민생고는 어처구니없는 범죄나 일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극한 형태로 표출됐습니다.

부동산 열풍과 로또 광풍 속에서 거리에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노숙자들이 떠돌았습니다.

[노숙자 : 제대로 한번 살고 싶어요. 이것은 사는게 아니예요. 죽지 못해 사는 거지..]

서민의 고통은 하늘도 외면했습니다.

태풍 매미가 허술한 방재 체제를 일순간에 허물면서 130명의 목숨을 앗아 갔고, 전국을 좌절과 분노에 빠뜨렸습니다.

서민들은 고통 속에 신음했지만 정치권은 한해 내내 너죽고 나살기식 싸움을 벌이기에 바빴습니다.

이념 갈등의 골도 깊어졌습니다.

광복절 행사가 둘로 나눠 치러지면서 보수와 혁신 간의 갈등의 불씨가 점화됐고, 송두율 교수의 입국으로 보혁 논쟁은 들불처럼 번져 나갔습니다.

대북 송금 특검으로 베일에 감춰졌던 뒷거래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박지원 전 장관이 구속됐는가 하면, 대검 조사를 받던 정몽헌 회장은 계동 현대 사옥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습니다.

화해의 한마당이 돼야 할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초반부터 인공기 소각사태로 삐걱댔습니다.

남북 싸움..

[(어디에 달아났어요?) 어떻게 가시나무에 답니까? 어떻게 저 장승에 답니까? 어떻게 장군님 사진을 저기에 걸어놓습니까?]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남북,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통령의 리더쉽은 위협받았고, 떨어진 지지도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금기시 돼 온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일명 차떼기 전달로 한나라당은 망신살이 뻗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노 대통령 또한 측근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격동의 2003년. 풀어야할 많은 숙제를 남긴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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